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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 소개하면 15% 인센티브” 신종 코인투자 사기 피해 속출

직장인들 불법거래앱 대표 고소
‘120~160%’ 높은 수익률 미끼
지인 유인하는 다단계 방식 운영
현금·이더리움 넣으면 이자 지급
수개월후 갑자기 출금 중단시켜
소송인 4명 피해금액만 20억원

#. 가상자산(가상화폐) 투자 앱에 돈을 넣기만 해도 매일 원금의 20~60%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한다고 했다. 너무 높은 수익률에 의심도 했지만 투자를 권유한 지인은 "하루에 1억원을 벌고 있다. 투자금 회수는 물론 투자자를 모집하면 일정비율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말로 집요하게 설득했다. 돈을 넣은 후 실제로 수익금이 돌아오자 욕심이 생겼다.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권유하고 집까지 담보로 잡혀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대박의 꿈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전자지갑을 통해 수개월 잘 들어오던 투자보상금은 어느 순간 출금 중단 사태가 잦아지더니 급기야 중단됐다. 투자자들은 그제야 다단계 금융사기임을 직감했지만 이미 큰돈을 잃고 난 후였다.

최근 가상자산을 앞세운 신종 다단계 코인 사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부산지역에서도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 투자 앱에 투자했다가 총 20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은 부산 직장인 4명은 지난 27일 젠서 재단(Xensor. Ltd)의 A대표와 투자 모집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투자 모집책들은 A대표가 만들어 운영하는 모바일 가상자산 예치서비스인 '티어원'과 '클래식'에 투자하면 매일 투자원금에다 이자를 붙인 금액의 1.2~1.6%에 해당하는 코인을 100일간 보상하는 방법으로 총투자금의 120~160%를 돌려주겠다고 했다. 여기에 투자자를 추가 모집하면 모집된 투자금에 대해 일정 비율의 인센티브까지 지급하겠다고도 했다.

A대표 등이 사용한 사기수법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코인 스테이킹' 방식을 모방했다.

'스테이킹'이란 정해진 기간에 특정 가상자산을 일정량 사두는 행위를 말한다. 기간을 정해 돈을 넣어두면 정해진 이율만큼 수익을 돌려주는 은행의 예적금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스테이킹은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데 가상자산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매일 하루치 이율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을 보상으로 받는다.

실제 A씨 등은 티어원에 일정기간 현금이나 이더리움을 넣으면 이자를 더해 자신들이 개발한 가상자산인 젠서, 오로라, 위쇼토큰, 폴라리스쉐어 중의 하나로 지급했다. 하지만 이들이 보상한 젠서, 위쇼토큰 등은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것들이었다. 위쇼토큰은 거래소에서 상장폐지가 되기도 했다.

그나마 몇 개월간 지급하던 가상자산은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시스템 업데이트 등의 명목으로 출금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에 투자자들이 항의하자 A씨 등은 지난해 10월 유명 호텔의 행사장을 섭외해 사업설명회를 열고 "출금 중단 사태는 별 문제가 아니며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을 시키는 동시에 추가 투자와 투자자 모집을 종용하기도 했다.

고소인들은 또 티어원이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티어원이 5단계 이상의 등급으로 운영됐으며, 하위 회원이 예치상품을 구매하면 추천인에게 그 비용의 최대 15%를 인센티브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판매원의 가입이 3단계 이상으로 관리, 운영될 경우 '다단계 판매'에 해당한다. 하위 판매원 모집에 경제적 이익을 지급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A대표는 앞서 지난 2월에는 다른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인 '토큰박스' 투자자들을 상대로 같은 혐의로 고소를 당한 바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금액은 300억원대에 달한다. 이와 관련, 본지는 A대표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오상엽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는 "이번 사건은 가상화폐라는 고수익 투자상품을 미끼로 투자자를 손쉽게 모집하기 위해 전형적인 다단계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상화폐에 투자하기만 하면 고수익이 난다는 말에 혹해 간접투자를 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하며 투자자들을 제도 보호권 안에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