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선발 투명성 논란이 제기돼 온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놓고 교육부가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 이후 시작한 일이지만 인천시교육청의 교장공모 면접시험 문제 유출이 알려지면서 교장공모제 개선의 필요성이 강조된 모양새가 됐다. 사실 내부형 교장공모제 자체는 나쁜 제도가 아니다. 지난 2012년 본격 도입된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능력과 열정을 갖춘 젊은 교사가 교장이 되면 학교 내 수직적 구조에 변화를 주고, 학교 내 혁신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시작한 제도다. 기존 제도로는 교장 자격증을 얻기 위해 교직 경력 20년이 넘는 교원이 교감을 거친 뒤 교장 자격 연수를 이수해야 했지만,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경력 15년 이상의 평교사라면 공모를 통해 승진이 가능하다.
교장공모제로 인한 성과도 있었다. 교장공모제는 학교 구성원이 원하는 교장의 모습과 교장의 역할을 정하고, 이에 맞는 교장을 선발할 수 있다. 일방적인 부임이 아니라 학교가 가진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장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도입 이후 교장공모제는 임용 투명성 논란이 발생해왔다. 지난 2019년 경기 구리의 한 혁신학교에서는 내부형 교장공모제 도입을 놓고 한 교사가 찬반 도입 투표를 조작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3월에는 인천시교육청 A씨가 교장공모제 2차 면접시험 문제를 사전에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정노조가 독식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의원실(국민의힘)이 각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서 올해 3월 1일자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임용된 교장은 총 29명으로 이 중 21명(72.4%)이 전교조 출신이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도입한 학교 대다수가 전교조 출신이 많은 혁신학교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높은 수치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장공모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모 교장 임기가 끝나는 경우 임용되기 직전 직위로 복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형 공모 교장의 상당수가 임기 만료 후 원직 복귀를 하지 않아도 교장 자격증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학교 공모 교장이나 교원 전문직으로 가고 있다. 실제 2010년 이후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임용된 후 임기가 만료된 교장 80명 중 38명(47.%)이 교사로 돌아가지 않았다. 임기 만료 후 명예퇴직을 한 22명을 제외하면 66%가 원직 복귀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각의 내부형 교장공모제 비율 확대 주장은 선뜻 좋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기에 지난해 잠시 거론됐던 교감공모제는 그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이제 10년째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은 내부형 교장공모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가 자리잡아 가는 과정에서 현행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두고볼 수 는 없다. 학교의 교장 선발부터 불투명하고 부정이 발생하면서 학생들에게 공정과 정직을 가르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내부형 교장공모제 개선이 부정을 바로잡고, 처음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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