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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환경청, 에어컨·냉장고 냉매 대규모 규제 착수

[파이낸셜뉴스]
미 환경청, 에어컨·냉장고 냉매 대규모 규제 착수
미국 환경청이 3일(현지시간) 15년간 에어컨 등에 쓰이는 냉매 HFC를 8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9년 10월 29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재활용시설에 쌓여있는 에어컨들. 로이터뉴스1

미국 환경청(EPA)이 3일(이하 현지시간) 에어컨·냉장고 등에 쓰이는 냉매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를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PA는 에어컨과 냉장고에 냉매로 쓰이는 수소불화탄소(HFC)를 앞으로 15년간 서서히 줄여 85% 감축키로 했다.

EPA는 HFC를 85% 감축하면 2022~2050년 기간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47억톤 줄이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발전소들이 3년간 CO2를 내뿜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마이클 리건 EPA청장은 "HFC는 이산화탄소보다 수백배에서 수천배 더 강력하게 지구온난화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이를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은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EPA는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의회는 지난해 법안 통과로 미 환경청에 HFC 배출을 줄이도록 한 바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규제완화 속에 환경규제를 대규모로 완화했고, HFC 배출 감축 법안 실행도 중단시켰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 기후위기를 정책 최우선 과제를 내세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50% 이상 줄이겠다고 약속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 기후협약에도 재가입했다.

지난해 의회가 HFC 규제 법안을 통과시킨 뒤 일부 주가 이 방침을 이미 따르고 있지만 EPA의 이날 선언으로 이제 미 연방 전체에서 이 규정이 시행된다.

HFC는 냉장고, 에어컨, 건물 단열재, 화재진압 시스템, 에어로졸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소재로 지구 오존층을 파괴하는 염화불화탄소(CFC)를 대신해 최근 수십년간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1987년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CFC는 퇴출됐고, 그 대안으로 HFC가 떠올랐지만 그 역시 온실가스 물질로 분류돼 그동안 압박을 받아왔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2016년 르완다의 키갈리에서 2019년부터는 HFC를 서서히 줄여나간다는 국제협약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이 협약을 송부하지 않아 상원 비준이 불발됐다.

EPA는 이날 HFC 배출 감축 실행을 선언하면서 전세계적으로 HFC가 퇴출되면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0.5℃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책임지는 존 케리 기후특사와 지나 매카시 백악관 기후보좌관은 2016년 키갈리 협정에 참여해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키갈리 협약 의회비준을 추진 중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