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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제 먹이고 손에 불 붙여" 학폭 청원에도.."학교는 사건무마하려"

"제설제 먹이고 손에 불 붙여" 학폭 청원에도.."학교는 사건무마하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학교 측에서 학교 폭력 사건을 무마시키려 하네요." 충북 제천의 한 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동급생들로부터 1년간 학교폭력(학폭)에 시달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와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등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아이가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현재 2만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받았다.

피해 학생의 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2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를 향한) 폭행과 괴롭힘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무려 1년 가까이 지속됐다"라며 "가해 학생들은 '누군가에게 폭행 및 학대 사실을 발설하면 누나와 동생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며 협박했다"고 토로했다.

청원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지난해 겨울 피해 학생에게 제설제와 눈을 섞여 먹이고, 손바닥에 손소독제를 부은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또 학교 담장을 혀로 핥게 하고 피해 학생을 둔기 등으로 때리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이로 인해 피해 학생은 전치 5주의 근육파열 진단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이 먹으려던 자장면에 소금·조약돌·나뭇가지 등을 넣어 먹으라고 강요했고, 이를 거부 당하자 폭행하기도 했다.

청원을 통해 학교 폭력 사건을 고발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학폭으로 인한 교육청의 결과 및 가해 학생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그러나 학교 측은 가해 학생에게 '출석정지 20일'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에 청원인은 "20일 출석정지라는 결과가 나온 이후 가해 학생은 (가기로 했던) 전학을 가지 않았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 한번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가해 학생 측의 모습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학폭에 대한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는 과거부터 문제 돼왔다.
이렇다 보니 학폭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학교 측에 신고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전체 재학생(약358만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14일부터 10월23일까지 진행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폭 피해를 주위에 알린 학생은 82.4%,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17.6%였다.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들 중 18.6%가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고, 14.8%는 '더 괴롭힘을 당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