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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수사권 조정 부작용..고소장 접수 안 받는 경찰

[파이낸셜뉴스]
검·경수사권 조정 부작용..고소장 접수 안 받는 경찰
검·경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으로 일선 경찰서에서 고소인의 고소장 접수를 반려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변호사들은 경찰서의 고소장 접수 거부를 막기 위해 우편으로 접수하거나, 일부러 고소인의 전화번호를 적지 않는 등 노하우(?)를 공유하는 상황이다. /사진=뉴스1

변호사들은 올초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다수의 사건을 경찰이 담당하게 되면서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거나 반려하는 경우가 크게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고소장을 방문 접수할 경우 고소인을 설득해 돌려보내는 경우가 늘자 일선 변호사들은 '우편 접수'를 통해 고소를 접수하면 된다는 식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으로 제대로 고소가 접수되지 않거나, 각종 경제사건들의 해결이 지연되면 그 피해를 국민이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경수사권 조정..윗선에 보여주기 식"
10일 파이낸셜뉴스가 현직 변호사 등 2200여명이 모여있는 단체 카카오톡방의 대화 내용을 살펴본 결과 검경·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자신을 특별채용으로 일선경찰서 경제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변호사라고 밝힌 A씨는 "윗선에서 보여주기 식의 수사권조정이었지 실제 일선 수사관들은 복사업무만 가중되고 변화된 것은 전혀 없다고 느끼고 있다"며 "저도 작년과 올해 경찰수사업무를 하다보니 경찰 초동수사, 검찰 지휘 및 보완수사의 형태가 양 기관의 물리적 시간적인 면을 고려해 보다 완결성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A씨는 "일선서 직원들은 검찰의 수사 지휘를 더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성급하게 이뤄지면서 경찰의 수사 인력 충원과 수사 능력 향상 없이 일감만 늘어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B변호사는 "경찰 순경 공채는 형사소송법이 선택과목이어서 실제로 형소법을 모르는 경찰도 많다"고 지적했다. C변호사는 "고소장 접수 후 두달 가까이 조사를 안하다 조사할 때 반려하고 다시 접수하자고 한적도 있다"며 "사건이 밀리다 보니 장기 사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D변호사는 "서울, 부산, 대전 등 대도시는 좀 나은 편이지만 그 밖의 지역은 경찰의 수사능력이 의심된다"고 우려했다.

■"방문접수 안 하고 우편접수 한다"
일선 경찰서에서 고소인의 고소를 반려하거나 접수거부하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변호사들은 방문 접수가 아닌 우편접수를 통한 고소장 접수 등 노하우를 공유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변호사에게 고소장 반려를 할 경우 받아들여지지 않을거라 생각해 고소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경우도 많다.

E변호사는 "고소인 연락처를 일부러 기재하지 않아서 저한테 연락이 오도록하거나, 고소장 말미에 경찰청 관련 규칙을 적어서 반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사건의 관할 및 관할사건수사에 관한 규칙 7조에 따르면 '경찰관은 사건의 관할 여부를 불문하고 이를 접수해야 한다'.

과거에는 고소접수가 안 될시 수사관 교체도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수사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경찰이 거부한 사건을 검찰에 접수시키면 됐지만 현재는 검찰도 거부하고 있다는 게 변호사들의 전언이다.

한 변호사는 경찰의 고소장 거부 사례가 모두 흡사하다며 "경찰 내부에서 대응 지침을 내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의 인력부족, 경제범죄 등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수사력 감소 등 피해가 국민에게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복수의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했다면 전문적인 지식강화도 보완해야 한다"며 "시민의 인권 보호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하는데 소홀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