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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코로나 백신 절반 이상이 중국산, '소프트 파워' 과시

남미 코로나 백신 절반 이상이 중국산, '소프트 파워' 과시
우르과이 몬테비데오에서 7일(현지시간) 지역 축구팀 코치가 중국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심각한 코로나19 피해를 겪고 있는 남미 지역에 압도적인 규모의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이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백신은 다른 국가 백신을 제치고 남미의 ‘국민 백신’으로 떠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보도에서 각국 정부 자료를 취합한 결과 중국산 백신이 남미를 석권했다고 분석했다. FT에 의하면 남미에서 인구가 많은 10개국 기준으로 중국 시노백이 생산한 백신 및 백신 재료 7580만회분이 10개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에 도착한 전체 백신 물량은 1억4350만회분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산인 셈이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와 미국 및 독일의 화이자 백신 물량은 2가지 백신을 다 합해도 590만회분에 그쳤다. 전통적으로 남미 국가와 친선을 유지했던 러시아의 백신도 870만회분만 도착했으며 대부분 아르헨티나로 갔다.

FT는 이러한 중국 백신 확산이 결과적으로 중국의 외교적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정경대학(LSE)의 클레어 웨넘 국제 보건 정책 조교수는 “남미인들의 팔에 중국 백신이 접종되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보건 영역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국제 보건 상황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아시아의 저임금 노동자에 밀려 대부분의 의약품 제조사를 잃어버린 남미 각국은 코로나19 백신 제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카리브해 연안 및 신흥시장 국가들은 미국에 손을 내밀었으나 미국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앞서 미 정부는 이달 발표에서 미국 내 승인 연기로 당장 쓰지 않는 AZ 백신을 캐나다와 멕시코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이 주춤거리는 사이 브라질 등에서 백신 임상시험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백신 외교를 펼쳤다.
현재 브라질 상파울루 주정부 산하 부탄탕 연구소는 시노백에게서 백신 원료를 수입해 백신을 생산, 연방 정부에 공급하고 있다.

한편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중국에 기대는 상황에서도 지난 5일 행사에서 코로나19가 아시아의 한 실험실에 나왔다고 말해 중국을 자극했다. 이에 부탄탕 연구소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백신 원료 물질 수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