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硏 오동엽·박제영·황성연팀
접은 후 부러져도 스스로 원상복구
외부 압력도 잘 견디는 소재 개발
국내 연구진이 잘려도 1분만에 스스로 붙는 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지금까지 개발된 자가치유 소재 중 기계적 강도가 가장 높다. 자가치유소재가 의류, 신발, 타이어, 자동차, 롤러블·폴더블 디스플레이 코팅 등에 적용되면 제품 수명이 길어지고, 새것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오동엽, 박제영, 황성연 연구팀이 단단하고 질기면서도 자가치유 능력이 좋은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소재는 자른 후 1분만에 달라붙어 비틀어도 다시 떨어지지 않았다. 또 절단한 소재를 붙여 48시간 이후 잡아당겼을 때 21㎜에서 최대 105㎜까지 늘려도 끊어지지 않았다. 또한 10㎏의 무게추를 매달고도 견뎠다. 이는 신발 밑창으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소재와 유사한 수준이다.
오동엽 박사는 "이 소재를 IT제품에 적용할 경우 롤러블·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발생하는 손상을 끊임없이 회복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재는 인장강도가 43 MPa 이상으로 측정됐다. 이는 연구진이 지난 2018년 개발한 소재보다 강도가 6배 높다. 지금까지 인장강도 최고기록은 일본 동경대학교나 RIKEN 연구소가 달성한 20-30 MPa 정도다.
연구진이 개발한 소재는 외부 마찰이나 충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물질의 분자 결합이 견고해지면서 단단한 결정으로 변한다. 충격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고, 충격 후에는 분자 이동이 자유로운 부드러운 상태로 돌아가 손상을 스스로 회복하는 원리다. 이렇게 외부 충격 여부에 따라 화학물질이 변하는 현상을 소재에 적용한 예는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부경대 고분자공학과 엄영호 교수 공동연구팀은 화학연구원에서 개발한 자가치유 소재의 물리적 특성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 이 소재는 점도가 높지 않아 가공이 쉬워 다양한 모양의 제품으로 성형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분야 분야 최고 권위지 중 하나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월호에 게재됐다.
한편, 지금까지 자가치유 소재는 인장강도가 약했다. 자가치유가 잘 되려면 분자간 결합이 느슨하고 분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젤리처럼 부드러워야 회복이 잘 된다. 기존 자가치유 소재는 이처럼 말랑말랑하고 무르다. 하지만 자가치유 소재가 상품화되기 위해서는 외부 마찰을 견딜 수 있어야 해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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