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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열받은 전자기기 에너지 소모없이 식힌다

경희대 김선경 교수, 복사 냉각 기술 개발
금속 표면에 틈새 플라즈몬 구조로 열 방출

햇볕에 열받은 전자기기 에너지 소모없이 식힌다
태양광에 노출된 금속 구조물은 태양광의 에너지를 흡수하며 표면 온도가 상승한다.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햇볕에 노출되는 전자기기들을 별다른 냉각방식을 사용하지 않고도 열을 식힐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적용하면 여름철에 최소 10도 이상의 냉각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연구재단은 경희대 응용물리학과 김선경 교수팀이 추가적인 에너지 없이도 냉각시킬 수 있는 복사 냉각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기술은 금속 표면에 나노구조 소재를 코팅해 열방출을 도와 태양전지나 발광다이오드 같은 광전자 소자에 적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야외 태양광에 노출된 금속 냉각 실험에서 나노구조가 적용된 구리판을 기존 구리판과 비교한 결과 약 4도 이상 차이가 났다. 김선경 교수는 "여름철을 가정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 10도 이상의 냉각 효과가 예측됐다"고 말했다. 뜨거울수록 방출하는 열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여름철 냉각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 복사 냉각 기술이 구리, 알루미늄, 은, 백금 등 산업체에서 쓰이는 모든 금속에 적용 가능하고, 얇고 신축성이 있어 다양한 모양의 금속 발열체에 부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햇볕에 열받은 전자기기 에너지 소모없이 식힌다
경희대 응용물리학과 김선경 교수팀이 개발한 복사 냉각 기술. 열복사를 유도하는 구조가 금속 표면에 도입되면 냉각이 일어난다. 이때 구조에서 방출된 복사광은 대기창을 통해 우주로 빠져나간다. 김선경 교수 제공
이 기술의 핵심은 구리판에 두께 500㎚의 황화아연을 코팅하고, 그 위에 정사각형의 구리 타일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틈새 플라스몬' 구조를 제작했다.

금속 판 위에 얇은 유전체를 코팅하고 그 위에 정사각형의 금속 타일을 얹으면 틈새의 유전체 영역에 빛이 강하게 모이는 틈새 플라스몬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틈새 플라스몬은 금속이 열을 흡수하도록 도와 금속 표면에서 강한 열방출이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기존 방열판이나 공기 냉각방식처럼 소형화가 어렵고 추가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향후 동일한 복사냉각 기능을 갖는 나노입자를 대량으로 합성하고, 이를 스프레이 방식으로 넓은 면적을 코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최근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레터스(Nano Letters)'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