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니닷AI, 美·베이징·상하이 등에서 500만km 누적 데이터 확보
- 비, 눈, 황사, 무단횡단, 도로법 무시 등 돌발변수 능동적으로 대처
- 현대차 코나와 美캘리포니아 어바인시에서 최초 자율주행 합작 프로젝트
중국 베이징경제개발특구에서 스타트업 포니닷AI 다이티엔지아 홍보 매니저가 자사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미국과 중국이 세계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분야 중 한 곳이 자율주행차이다.
미국이 테슬라, 구글, 애플, 제너럴모터스 등을 필두로 일찌감치 자율주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반면 중국도 바이두, 엑스펑(중국명 샤오펑), 화웨이, 니오(웨이라이), 베이징신에너지자동차와 같은 업체들에 이어 포니닷AI, 위라이드 등 스타트업까지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이른바 ‘자율주행 대전’이며 양국 모두 목적지는 보조 운전자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접근 방식에선 다소 차이가 있다. 국토 면적과 인구, 도로의 형태, 교통 문화, 생활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에서도 자국 상황에 최적화시킬 수밖에 없다.
지난주 오후 중국 베이징 자금성에서 20여km 떨어진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 중국 스타트업체 포니닷AI(샤오마지싱)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렉서스NX450h 차량이 도로 상황에 맞춰 주행을 하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며 급히 차선을 바꿨다. 옆 차선에서 달리던 다른 차량이 순식간에 앞으로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찰라의 아찔한 순간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조수석 앞의 데시보드를 붙잡았다.
그러나 운전석에 앉아 있던 안전요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는 이런 경우가 얼마나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국은 사람들이 도로 안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거나 무단 횡단을 하고 도로법에 맞지 않게 운전하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그러나 자율주행 시스템에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고 반응 속도도 빨라 사고가 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 도로 10km를 운전하는 동안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벌어졌다. 교차로 대기 후 좌회전하려던 때는 맞은 편 도로에서 불법 유턴하는 차량이 위협했고 횡단보도가 아닌 곳을 느긋하게 가로지는 보행자도 경험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포니닷AI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능숙하게 대처했다. 때로는 안전거리 이상을 유지하며 사고를 막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깜박이를 켜고 빠르게 차선을 바꾸거나 속도를 줄이기도 했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맞물리면 상황에 맞춰 양보와 우선 진입을 번갈아했다.
중국 스타트업 포니닷AI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 내부. 사진=정지우 특파원
포니닷AI는 자체 개발한 센티미터급 위치추적 기술은 레이저 레이더, 밀리미터파 레이더, 카메라, 위성·관성 항법 등 다중 센서 데이터를 유입해 차량의 정확한 물리적 위치 정보를 제공한다. 또 운전석 옆 모니터에선 정확한 3차원(3D) 구조 데이터와 차선, 교통신호, 보행자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해준다. 차량 지붕과 앞뒤로는 모니터 센서가 부착돼 있다.
닝장 포니낫AI부총재 겸 베이징연구개발센터 총경리는 이 같은 다양한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다른 자율주행 시스템과 차이점으로 꼽았다.
포니닷AI는 2016년말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광저우·베이징·상하이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여러 지역에서 자율주행 테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500만km가 넘는 데이터가 축적됐다. 이는 지구 약 10바퀴가 넘는 거리다.
이 덕분에 서로 다른 지역적 특징, 운전 습관, 환경 등을 모두 시스템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도로가 넓고 돌발 상황이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다르므로 세계 시장을 상대하려면 종합적인 취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중국 스타트업 포니닷AI의 닝장 부총재 겸 베이징연구개발센터 총경리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닝장 부총재는 “광저우는 비가, 베이징은 눈과 황사가 많다. 햇볕이 쨍쨍한 캘리포니아 운전자의 습관은 중국과 차이가 난다”면서 “2019년 12월 개발한 4세대 자율주행 통합시스템 ‘포니알파2.0’은 이 같은 내용을 모두 담은 상태에서 200m 범위 전역의 시야까지 확보해 최적의 안전운전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포니닷AI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에선 동종 업계 중 최초로 자율주행(로보) 택시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이 회사와 합작한 차량이 바로 현대차의 전기차 ‘코나’다.
닝장 부총재는 “현대차의 코나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추기해 캘리포니아주에서 최초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진행했다”고 “일본 도요타, 중국 이치·광치자동차와도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닝장 부총재에게 자국 자율주행차 산업의 현황과 경쟁국 미국 기술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그는 “2009년부터 자율주행 산업을 선도해 온 구글의 웨이모와 같은 존경할만한 업체가 미국에는 많다”면서도 “그러나 운전 환경이 달라 우리(중국)가 우위에 있는 부분도 있는 만큼 서로 쟁탈이 아닌, 힘을 합쳐 기술 발전과 상업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니닷AI는 이달 중으로 베이징과 광저우에서 로보택시 서비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또 중국 본토 전체를 오가는 자율주행 화물운송 트럭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2021년 2월 현재 총 자금 조달액은 11억달러(약 1조2500억원)이며 평가액은 53억달러(약 6조원)를 넘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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