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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日 만화 ‘귀멸의 칼날’

[fn스트리트] 日 만화 ‘귀멸의 칼날’
일본 만화 '귀멸의 칼날'이 23편을 끝으로 완결됐다. 뉴시스
"저도 '전집중의 호흡'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지난해 11월 2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국회 답변 중 만화 '귀멸의 칼날'의 주인공이 초인적 능력을 발휘할 때 사용하는 호흡법인 '전집중 호흡'이란 표현을 썼다. 참석한 관료와 의원들의 귀를 의심케 하는 표현이었다. '귀멸의 칼날'이 일본에서 단순한 인기 만화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임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국내 개봉 중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지난 16일 기준 200만4206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올해 개봉작 중 흥행 1위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일본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치고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한 이 영화는 세계적인 흥행행진 중이다.

국내 만화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4월 만화 분야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61%나 신장하며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귀멸의 칼날' 효과다. 만화책이 교보문고 종합판매 1위를 차지한 것은 2014년 윤태호 작가의 '미생' 이후 7년 만이다.

'귀멸의 칼날'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 만화잡지 '소년 점프'에 연재됐다. 단행본은 누적 발행 1억5000만부, 애니메이션은 일본 영화 박스오피스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구매층은 20~30대 55.6%, 특히 여성이 68.1%에 이른다. 죽어가던 일본 만화시장을 부활시켰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칼잡이(귀살대)들이 도깨비(혈귀)를 심판하는 장편 역사만화이다. 고토게 코요하루의 첫 장편작품이다. 식인 도깨비에게 가족을 잃은 주인공이 도깨비로 변한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리려고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여성 작가의 작품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잔혹하다.

도깨비 말살이란 목표에 목숨을 던지는 일본 칼잡이들의 촌스러운 멸사봉공이 코로나19의 무기력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기성세대의 반일 감정이나 일제 불매운동과는 달리 국내 2030세대가 이 만화에 열광하는 건 이례적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