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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장 반려하고 민원처리 지연한 경찰관..대법 “민원인에 위자료 배상”

고소장 반려하고 민원처리 지연한 경찰관..대법 “민원인에 위자료 배상”


[파이낸셜뉴스] 경찰관이 민원인의 고소장을 반려하고 민원처리를 지연했다면 직무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국가와 함께 민원인에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무원의 성실의무와 친절·공정의무는 도덕상 의무가 아니라 법적의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모씨가 국가와 김모 경위, 임모 경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씨는 2015년 4월 A씨로부터 운송료 40만원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경찰서에 방문했다. 그러나 당시 당직근무였던 김 경위는 고소장 내용이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이라며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반려했다.

결국 이씨는 수원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A씨는 사기죄로 약식기소돼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됐다. 이후 이씨는 해당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전화해 고소장 접수 반려가 비위에 해당한다며 김 경위를 조사해 달라는 민원을 접수했다.

이씨는 이어 며칠 뒤 다시 청문감사실 소속인 임 경위에게 전화해 민원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방문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임 경위는 바쁜 일 때문에 못 만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씨는 2015년 10월 경기지방경찰청에 피고 김 경위와 임 경위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고 김 경위는 절차위반을 이유로, 임 경위는 민원사건 처리지연 및 중간통지 생략, 부적절 민원응대 등을 이유로 각각 경고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이씨는 “직무를 집행하면서 부당하게 고소장 또는 민원서류 접수를 거부했다”며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정신적 손해를 가했다”며 김 경위와 임 경위에 대해 각각 100만원을 위자료로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국가를 상대로도 이들 경위와 함께 공동 배상을 하라며 각각 5만원을 청구했다.

1심은 “다소 고압적인 태도로 원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고의, 중과실에 의한 위법한 업무집행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씨의 일실·정신적 손해와의 인과관계도 인정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김 경위는 이씨가 제출하는 고소장을 접수한 후 심사해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기본적인 고소장 접수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이를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이씨가 정신적 고통을 당했음은 경험칙상 인정된다“며 김 경위에게 5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또 국가와 김 경위가 공동으로 5만원을 이씨에게 지급하라고도 판결했다.

임 경위에 대해서는 ”이씨가 제출하려는 민원서류를 접수한 후 심사해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그 처리를 지연 또는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씨가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3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국가에 대해서도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연대책임을 인정, 5만원을 임 경위와 공동으로 이씨에게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2심 재판부는 ”경찰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충성과 봉사를 다하고 국민에게 겸손하고 친절해야 한다“며 ”이 같은 공무원의 성실의무, 친절·공정의무는 단순한 도덕상 의무가 아니라 법적 의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