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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터리 대체 소재 망간 공급 고삐죈다

[파이낸셜뉴스]
중국, 배터리 대체 소재 망간 공급 고삐죈다
중국이 배터리 핵심소재들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1월 2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콩고문지궁화국의 한 노천 구리광산. 로이터뉴스1

중국이 배터리 대체 소재로 부상하고 있는 망간의 국제 공급망을 틀어쥐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전세계 망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배터리 소재나 배터리 수출을 금지하고, 전기차만 생산해 수출하겠다고 하면 지금 당장은 달리 이를 억제시킬 뾰족한 수가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이 철강 강화 첨가제에서부터 배터리 대체 소재로 활용되는 망간을 움켜쥐고 있다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공급 고삐를 죄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세계 망간 공급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망간 생산업체 수십곳이 지난해 10월 정부 지원하에 '망간 혁신 연합'을 출범해 사실상 카르텔을 만들었다고 WSJ은 전했다.

중 망간업체들은 이 연합을 통해 핵심 제품 공급에 대한 중앙 통제, 가격 담합, 재고확충, 상호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이때문에 전세계 금속 가격이 치솟고, 철강·자동차 업체들은 소재 공급 다변화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배터리 소재산업에서 전세계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코발트, 니켈을 비롯해 재충전용 배터리 핵심 소재 제련은 이제 중국을 거쳐야 한다. 또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의 75%, 전세계 전기자동차 절반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여기에 순도 높은 망간이 배터리의 핵심 대체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폭스바겐, 테슬라 등이 망간을 값비싼 배터리 소재인 코발트를 대체하는 대체소재로 주목한데 따른 것이다.

광산업체들에 따르면 제련된 망간은 톤당 최대 4000달러로 코발트의 10분의1 수준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또 코발트를 망간으로 대체하면 같은 니켈양으로 전기차 생산을 30% 확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은 다른 배터리 소재와 함께 아프리카 보츠와나부터 호주에 이르기까지 배터리에 활용될 수 있는 망간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랫츠의 금속부문 담당 이사 스콧 야르함은 "중국이 수년에 걸쳐 엄청난 투자를 퍼부었다"면서 "중국은 이제 상당수 배터리 금속에서 압도적인 선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야르함은 "황화망간을 원한다면 중국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면서 "중국에 대한 전적인 의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광산 개발) 프로젝트들에 관심이 많은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망간광은 전세계 곳곳에 묻혀있지만 제련 작업은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서만 이뤄진다.

중국의 망간연합은 벌써부터 독점 카르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망간연합이 올해 철강강화를 위한 첨가제로 쓰이는 망간 공급을 제한하기로 결정한 뒤 이 망간첨가제 가격은 석달 동안 50% 넘게 폭등했다.

그러나 아직은 배터리용 망간으로까지 손을 뻗지는 않고 있다. 전기차용 망간은 전체 망간 생산의 2%에 불과하다.

다만 황화망간 가격은 소폭 올랐다.

자동차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 최대 전기차 업체 폭스바겐은 한 공급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의존하기보다 가능한 여러 공급자를 택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전기차 리프로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 닛산도 위험을 분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료 공급 다변화를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다변화할지는 답하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를 움켜 쥔 중국이 아예 배터리나 배터리 소재 대신 전기차를 수출하겠다고 나서면 지금으로서는 중국산 전기차를 사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대 코발트 채굴업체인 글렌코어의 아이번 글래슨버그 최고경영자(CEO)는 1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한 행사에서 서구 자동차 업체들이 순진하게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중국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배터리 소재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이 세계 곳곳에서 소재 확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WSJ은 중국이 공급 고삐를 죄면서 전통적인 망간 소비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곳이 포스코다.

포스코는 지난 1월 지난해 11월보다 30% 높은 값을 치렀고, 물량부족으로 인해 들여오는 규모도 줄여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편 망간 시장은 석유, 철강, 구리 등과 달리 거래소를 통해 국제적인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다. 업체간 개별 협상으로 가격이 정해져 불투명하다.

큰 손이 가격을 휘두를 여지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