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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경찰 고소장 반려는 위법"… 반려 관행 멈추나

"경찰·국가가 손해배상해야" 판결
접수 거부해도 근본 해결책은 없어

대법 "경찰 고소장 반려는 위법"… 반려 관행 멈추나
대법원은 최근 고소인의 고소장을 거부한 경찰과 국가가 부당하게 업무를 수행한 점을 인정해 고소인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 대법원이 시민의 고소장 접수를 거부한 경찰에 대해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며 경찰과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고소인 A씨는 경찰에 거부당한 고소건을 검찰에 다시 제출했고, 이후 유죄 판단을 받아냈다. 경찰의 고소장 접수 거부는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업무가 늘어난 경찰이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 판단이 '고소장 접수 거부'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늘어난 경찰의 고소장 접수거부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시행된 검·겸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으로 최근 들어 일선 경찰서에서 고소인의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0일 '수사권 조정 부작용?…고소장 접수 거부·반려하는 경찰 <본지 5월11일 27면(클릭)>' 보도를 통해 최근 일선 경찰서에서 고소인의 고소 접수를 거부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6대 범죄를 제외한 모든 사건은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게 됐다. 복수의 변호사들은 "경찰 업무 과중으로 근거 없이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위법한 접수 거부 사례 등을 모아 대한변호사협회 등을 통해 경찰청에 문제재기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법원에서는 고소인의 고소 접수를 부당하게 거부한 경찰과, 국가가 고소인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고소인 A씨는 2015년 4월 고소장 접수를 위해 경찰서를 찾았지만 경찰관 B씨가 고소장 접수를 거부했다. A씨는 같은 건으로 검찰에 고소장을 냈고 검찰은 피고를 사기죄로 약식기소했다. 이후 A씨는 B씨가 근무하는 경찰서에 찾아가 경찰관인 C씨에게 B씨 관련 민원을 제기했지만 같은 경찰인 C씨는 민원 접수를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경찰관인 B씨와 C씨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두 경찰관의 고소장 접수 거부, 민원 접수 거부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고소장 접수 거부해도 대책 없다

A씨가 대법원에서 승소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경찰이 접수 거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접수해 승소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6대범죄를 제외한 고소 사건은 경찰에만 접수를 할 수 있어 A씨처럼 대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변호사는 "고소장 반려를 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는데 경찰이 고소장을 반려하면 고소인은 방법이 없다"며 "피고인이 복수일 경우 경찰서가 다른 관할로 접수를 떠넘기거나, 법적 지식이 없는 고소인에게 '억지 동의'를 받아 고소장을 돌려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응철 변호사는 "고소인이 고소장 접수거부를 당할 경우 다른 수사관에게 접수를 요청하거나, 다른 경찰서에 접수하는 방법이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며 "고소장 접수를 거부한 수사관 및 그 접수 거부 행위에 대하여 당해 경찰서의 청문감사실 등에 상담(민원)을 통하여 해결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업무 과중이나 수사관 능력 부족으로 고소·고발을 반려한다는 일부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경찰은 민사사안이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사안 등 일정한 요건이 있을 경우 고소인 동의를 받아 반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찰은 관련 문제 제기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고소고발 남용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므로 제도 전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