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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 바로잡는 게 법률가의 참된 역할" [fn이사람]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맡은
이정도 법무법인 참본 변호사

"억울함 바로잡는 게 법률가의 참된 역할" [fn이사람]
"개인이 거대 공권력 앞에서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 또 공권력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습니다. 사건 초기부터 적극적인 개입으로 의뢰인들을 돕는 것이 법률 전문가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이정도 변호사(법무법인 참본·사법연수원 44기·사진)가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을 맡게 된 건 지난해였다. 이 사건은 1989년 7월 7일 경기 화성 태안읍의 한 초등학교에서 김현정양(당시 8세)이 하교하는 길에 갑자기 사라진 사건이다. 가족들은 30년 동안 딸의 생사도 모른 채 전국을 찾아다녔지만 끝내 실종사건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2019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가 김양을 사망케 한 '진짜 범인'이라고 자백하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1989년 12월 김양의 시신을 발견했지만, 이를 은닉했다. 이춘재의 자백 이후 경찰이 재조사에 나서 2명을 시신은닉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자백이 없었다면 당초 경찰이 알고도 덮었다는 것이 공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변호사를 만나기 전 가족들은 국가 상대 소송이라는 부담감과 소송비용에 걱정이 컸다.

이 변호사는 '무료 변론'을 통해서라도 억울함을 해소하겠다고 가족들을 설득한 끝에 '위법 상태가 지속되는 한 범죄가 끝나지 않았다'는 취지로 수사팀을 고발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가족들은 지금까지 김양의 '사망신고'도 못하고 있다. 30년간 김양을 찾아다녔던 어머니는 지난해 9월 투병 끝에 생을 마감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3월 "사건 은폐는 국가의 불법행위이고, 이로 인해 유족들은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도 냈다. 첫 기일은 접수 1년 만인 지난 3월에 열렸다. 지난 5월 열린 2차 기일에서 국가 측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내달 24일 열릴 3차 기일에서 국가 측의 주장을 반박할 예정이다.

이 변호사는 "김양의 어머니가 암투병을 하다 돌아가셨는데, 사건의 과학적인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어렵겠지만 (가족들이) 사건의 실체를 마주한 충격과 스트레스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며 "진실을 하루라도 빨리 밝히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나 흘러버린 시간과 당사자들의 비협조적 태도 등으로 풀기 어려운 사건이지만, 담당 경찰관들의 불법행위는 기록을 통해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가권력을 남용한 범죄행위에 대해 국가가 '공소시효 만료'를 주장하는 건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의 억울함을 풀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에도 진상규명 조사를 신청한 바 있다.

이 변호사가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분야는 '형사'다.
이 변호사는 "헌법상 가장 기본적 권리인 신체의 자유와 사회적 명예 등이 형사사건 결과로 제한될 수 있는 등 인생이 좌우될 수 있다"며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변호사가 된 이상 절박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보람차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무료 변론을 해서라도 김양 사건을 수임한 이유다.

한편 이 변호사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사건'의 유족과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 사건'의 유족들도 대리하고 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