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일본 여행 금지' 최고 단계로 상향
3중고...코로나 재확산·日 반대 여론·불참 도미노 우려
美 올림픽 위원회 일단, "참가 결정에 영향 없다" 진화
日 정부도 올림픽 보이콧설 진화 안간힘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앞 오륜마크 조형물 뒤로 방호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로이터 뉴스1
【도쿄·서울=조은효 특파원 강규민 기자】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에도 도쿄올림픽(7월 23일 개막 예정)강행을 외치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미국의 불참 가능성'이란 복병을 만났다. 미국이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는 일본에 대해 자국 여행 경보 최고 단계인 '여행금지' 권고를 발동한 것이다.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일단, 이번 조치로 미국 선수단의 도쿄올림픽 출전에는 영향이 없다며 진화성 성명을 내놓았으나, 미국이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시지 않고 있다.
25일 교도통신은 미 국무부가 일본에 대한 여행 경보를 3단계인 여행 재고에서 4단계인 여행 금지로 상향조정한 사실을 전하며,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미국이 선수단을 파견할지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 홈페이지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 때문에 일본에 대해 4단계 여행 경보를 내렸다"며 "이는 코로나 확산 상황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여행 경보는 △일반적 사전주의 △강화된 주의 △ 여행 재고 △여행 금지 등 4단계로 구분되며, 여행 금지가 최고 단계다.
일본의 스포츠 매체인 도쿄스포츠는 일본 여행 금지 권고에 대해 "미국 선수단의 도쿄 올림픽 불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왔다"며 "스포츠 대국인 미국 선수단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되면 동조하는 타국 선수단이 이를 따르는 사례도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지난 달 16일(햔지시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백악관에서 진행 중인 공동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쪽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미 국무부 발표 직후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일단, "여행금지 권고를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선수의 안전한 올림픽 참여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가뜩이나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일본 사회 여론을 자극할까 긴장하는 모습이다. 일본의 네티즌들은 "USOPC의 참가 입장이 조만간 뒤집힐 것" "여행금지 권고가 나와 차라리 잘 됐다" "미국이 일본에 올림픽을 하지 말라는 최후 통첩을 한 것"등의 반응을 내놨다. 최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가,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63%가 올 여름 도쿄올림픽 개최를 반대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도쿄올림픽은 이미 삼중고에 휩싸였다. 올림픽발 코로나 5차 확산 우려, 일본 국민들의 반대에 미국 등 여타국들의 올림픽 불참 가능성까지 더해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 참의원에 출석해 미 국무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필요한 경우의 도항은 금지되지 않는다"며 "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달 중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도쿄올림픽 선수단 파견 및 개최 지지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은 채,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스가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나타냈었다. 도쿄올림픽 개막일은 이날로 59일 남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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