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 거부로 이의제기도 어려워"
변호사단체 카톡방서 경찰 비판
경찰 "고소인 동의로 반려" 반박
2100여명의 변호사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한 변호사가 최근 경찰의 고소장 접수 거부에 대해 "불송치 결정문 작성에 대한 부담이 커서 변칙적 운영이 이루어 지는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올해부터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생기면서 혐의가 없는 사건에 대해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보내지 않는 '불송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 일부 수사관들이 변칙적으로 고소 접수 자체를 거부하면서 고소인의 이의 신청 자체도 어렵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고소인 입장에서는 경찰이 고소장 접수를 거부할 경우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아 재접수를 요청하는 정도밖에 할 수 없다"며 "고소장 반려에 대한 규정이나 지침을 만드는 방식으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불송치 결정문' 작성 부담에?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일선 경찰서에서 고소인의 고소장을 접수조차 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이유 중 하나로 '불송치 결정문' 작성에 대한 부담이 꼽히고 있다. 문제는 불송치 결정 없이 경찰이 고소 접수 자체를 거부하면 고소인은 적절한 이의제기 신청도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형사사건 진행 절차는 경찰→검찰→법원 3단계 중 경찰과 검찰의 단계를 모두 거쳤다. 경찰은 과거 검사처럼 사실관계 조사와 법리검토를 한 뒤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검찰에 사건을 보내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이때 고소인이 이의 신청할 경우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하고 검사는 수사를 해서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수사종결이 아닌 고소장 반려는 문제가 다르다.
현직 변호사 2100여명이 모여 있는 단체 카톡방 '변호사 지식포럼'에서는 최근 늘어난 경찰들의 고소장 접수 거부에 대해 "경찰에서 불송치결정문 작성에 대한 부담이 커서 (고소장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변칙적인 운영이 이루어 지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경찰이 고소인이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로 '혐의 없음' 판단을 내리면 그 근거가 되는 불송치 결정문을 작성해야 한다"며 "불송치 결정문이 없으면 고소인의 이의제기 자체가 막히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사들도 경제 범죄 등 복잡한 사건의 불기소 결정문을 쓰는 것도 업무의 큰 부분이었는데 최근 검사 업무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반대로 경찰의 업무 폭주로 '묻지마 무혐의' 처분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소장 동의 받고 접수 거부 안해"
일선 경찰서의 고소장 접수 거부에 대해 경찰청의 공식 입장은 "고소인의 '동의'를 받아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사안에만 반려를 하고 있다"며 "반려 후에도 고소고발 접수를 원하는 경우 언제든지 접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 입장에서는 반대로 변호사들이 민사소송에 앞서 형사소송을 제기한 뒤 증거 자료 확보, 사실관계 등을 정리해 향후 민사소송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고소를 '남용'할 우려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고소장 접수 거부를 당한 변호사들의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변호사 지식포럼에 속한 한 변호사는 "피고소인이 범죄사실 모두 자백한 진술서를 첨부해서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범죄사실을 뒷받침하는 금융자료가 없다"며 "(경찰이) 일단 민사소송 제기해서 금융자료 확보 후 그때 다시 제출하라며 고소장을 반송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사실을 고소인에게 떠 미는 것도 모자라 수사 업무 일부를 '법원'에 까지 미루는 것 아니냐는 자조도 나온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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