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반 쿠데타 시위대가 지난 3월 미얀마 양곤 타케타 마을에서 수제 활과 화살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얀마 서부에 사는 한 소수민족 무장세력이 140여 년 전부터 쓰는 사냥용 무기로 미얀마군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26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서부 친(Chin)족 무장세력인 친랜드방위군(CDF)은 지난 달 하순부터 최근까지 벌어진 교전에서 미얀마군 100여명을 사살했다.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미얀마군에 맞선 이들의 주력 무기는 노끈에 불을 붙여 총알을 쏘는 화승총과 새총이다. 특히 ‘투미(Tumee)’라는 이름의 화승총은 이들의 선조들이 1880년대 영국 식민세력과 전투를 벌일 때 썼던 것에서 거의 바뀐 게 없는 엉성한 무기라고 한다. 이런 무기로도 정규군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이들의 타고난 사냥 솜씨 때문이다. 친족의 거주 지역인 친주(州)는 미얀마에서 가장 가난한 곳으로 꼽힌다. 해발 1200m가 넘는 고산지대가 많고, 도로도 제대로 놓여있지 않은 곳이 많다.
주민들은 밀림이나 들판에서 멧돼지와 사슴 등 짐승을 사냥해 직접 먹거리를 마련한다. 그래서 거의 모든 집마다 사냥용 화승총이 있다. 사냥으로 먹고살다 보니 달려가는 동물을 조준해 쓰러뜨릴 정도로 뛰어난 사격술을 갖추게 됐다.
미얀마 8대 주요 민족 중 하나인 친족은 티베트·버마족이 섞인 혈통이고 고유의 언어가 있으며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인이 많다.
영국 식민지 시절과 독립 이후 군부 정권의 탄압에 맞서 무력 저항을 해왔다.
지난 2월 군부가 쿠데타로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을 축출하자 친족 주민들도 반군부 시위에 동참했고 사상자가 나왔다. 최근 친주 일대에서 미얀마군과 CDF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주민 3만5000여명이 집을 버리고 도망쳤고, 이 중 1만5000여명은 국경을 넘어 인도 미조람주로 넘어가 난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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