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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령수술 '상해'냐 '사기'냐··· 공은 검찰로

31일 서울 강남경찰서 검찰에 사건 송치
경찰 불송치 결정에 고소인 측 이의신청
2016년 불기소 결정 檢, 이번엔 다를까

[파이낸셜뉴스] 사전에 허락받지 않은 의사나 무자격자가 환자 마취 후 대신 수술을 해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어떤 죄로 처벌해야 할까.

기존엔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유령수술 사건을 사기죄나 업무상 과실치사, 무면허 의료행위 등으로만 다뤘으나 보다 중한 살인미수나 상해죄로 처벌해야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몸에 칼을 대는 침습적 의료행위가 환자 동의를 받지 않은 이에 의해 이뤄졌다면 그 자체로 상해죄가 성립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68개월 간 확인된 것만 112건의 유령수술이 발생했고 그중 상당수 환자들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단독] 유령수술 '상해'냐 '사기'냐··· 공은 검찰로
유령수술로 환자가 목숨을 잃거나 장애를 얻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최근 68개월간 유령수술 피해가 확인된 사례가 112건에 달한다고 확인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 사이에선 유령수술을 업무상과실이나 사기가 아닌 상해죄로 다뤄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fnDB.

유령수술, 살인미수·중상해로? 공은 검찰로

31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가 이날 중 의료사고 피해자 한모씨가 그랜드성형외과 전 원장 유모씨를 살인미수와 중상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불송치 결정 이의신청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강남서가 지난 3월 한씨가 고소한 사건을 불송치결정했으나 한씨 측이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한씨는 지난해 9월 유모씨와 유씨의 아내 최모씨, 대리수술을 한 치과의 김모씨 등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와 중상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에 서울 강남서가 수사에 착수했으나 6개월 만에 불송치 의견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2016년 검찰이 해당 사건 수사에 나섰으나 죄가 되지 않는다며 불기소 처분했다는 게 이유로 제시됐다.

당시 검찰은 수술을 한 의사가 환자에게 해를 입히려 했다는 범행의 의도가 인정되지 않고, 범행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불충분하다는 걸 이유로 들었다. 이에 사건은 사기죄로만 기소돼 집도할 것으로 기대된 의사와 실제 수술에 들어간 의사의 몸값 차이에 따른 재산상 이득에 대한 문제로 다뤄졌다.

유씨는 사기죄 등이 인정돼 징역 1년에 벌금 100만원을 받았고, 최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특히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의사의 직무상 일반적인 범죄유형을 벗어난 극히 반사회적(대리수술 등)”, “(이 사건 범행은) 직업윤리의식 부재로 인한 도덕적 해이의 정도가 자정능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닌지에 관해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는 등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넘어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단독] 유령수술 '상해'냐 '사기'냐··· 공은 검찰로
경찰이 2014년 불거진 그랜드성형외과 유령수술 사건 관련자에게 살인미수와 중상해 혐의를 적용해달라는 피해자 고소건을 불송치 결정한 가운데, 사건이 검찰에서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사진=박범준 기자

재판서 충격 정황 드러났지만 경찰은 '종결'

또 검찰은 재판 도중 해당 병원 유령수술 논란을 공론화하는데 기여한 김선웅 의료범죄척결 시민단체 닥터벤데타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는데, 해당 재판 증인신문에서 이 병원에서 자행된 불법행위가 구체적으로 증언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배성중 판사 심리로 진행된 김 대표의 명예훼손 혐의 5차 공판으로, 그랜드성형외과 유령수술 실태를 공익제보한 이 병원 봉직의사 출신 조모씨가 직접 보고 들은 내용과 유 전 원장과의 대화를 녹취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한 것이다.

유 전 원장이 당시 의무기록지를 연필로 쓰라는 취지로 발언한 녹취와 관련해 조씨는 “연필로 써야 나중에 고치기 쉽기 때문에 연필로 많이 쓰도록 했다”며 “일반적으로는 볼펜으로 쓰는 게 맞다”고 설명한 부분, 2013년 발생한 삼척 여고생 사망사건 이후 이뤄진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진상조사에서 공익제보자의 증언이 상당부분 이뤄졌지만 검찰이 유 전 원장을 기소하지 않은 사실, 유령수술을 해오던 치과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 “나는 기계”, “몇 년째 이 짓을 하고 있다”, “나를 의사라고 부르지 마라” 등의 발언을 했다는 진술 등이 이뤄져 충격을 던졌다. <본지 2020년 5월 30일. ‘의무기록지 고치고 의사끼리 입 맞추라 지시 "처벌은 없었다"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한씨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후 있었던 이 같은 사실 및 당시 수사가 충실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내다볼 수 있는 여러 정황 등을 들어 살인미수와 중상해 혐의로 유씨를 재고발했으나 경찰은 검찰의 과거처분 및 새로운 증거가 없다며 다시금 사건을 종결지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행법은 과거 사건이 종결됐더라도 새로운 증거가 추가로 나올 경우 재고소와 재고발을 막지 않고 있다.

경찰의 재고소 불송치 결정에 한씨가 이의를 신청함에 따라 사건은 다시금 검찰의 판단을 받게 됐다.

2014년 불거진 그랜드성형외과 유령수술 사건과 2016년 공장식 유령수술로 사망한 고 권대희 사건, 2018년 유령수술로 환자 2명을 사망케 한 관절·척추 병원 사례, 최근 불거진 인천병원의 유령수술 논란 등 잇따르는 유령수술 사건이 업무상과실 및 사기죄로 다뤄질지, 보다 중한 죄로 다뤄지게 될지 검찰의 최종 판단에 눈길이 쏠린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