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시행 후 KB국민銀 도입
상품 자동리딩, 고객 맞춤 상품 추천
불완전판매 유형 분석 및 모니터링도
지난 28일 서울 소재 한 KB국민은행 지점에서 고객이 '인공지능(AI) 금융상담 시스템'을 통해 상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 28일 기자가 오랜만에 찾아간 한 시중은행 영업점은 기존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코로나19로 고객들이 예전에 비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고객들이 상담을 하는데 있어 새로운 요소가 도입됐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상담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된 계기는 최근의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이다.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상품 판매 시 전 과정 녹취 등이 의무화 됐고, 고객에게 제시하는 계약서류 등이 많아지면서 전체적인 상품판매 시간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직원은 물론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은행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AI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상담석에 앉은 직후 직원이 이 시스템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해줬다. 표준판매 프로세스에 따른 금융상품 판매 과정을 TTS(텍스트 데이터를 음성 파일로 변환하는 기술)를 기반으로 녹취하고, STT(음성 파일을 텍스트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를 활용해 상담 내용을 검증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상품 설명을 들을 때 이 시스템을 사용하거나 직원의 직접 안내를 받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시스템에 대한 얘기를 들을수록 생소함을 느끼는 것만큼 호기심도 커졌다. 실제 체험에 들어갔다. 먼저 상담을 받고자 하는 특정 상품을 선택했고, 이후 AI 시스템이 준비된 상품 설명 스크립트를 자동으로 읽어 내려갔다. 사람이 읽는 것과는 적지 않게 달랐다. 흐름이 끊기지 않았고, 실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상담 시간이 직원이 했을 때에 비해 단축되는 효과가 있었다. 단축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였다.
자동 리딩과 더불어 AI 시스템이 고객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기자의 평소 투자 성향이 어떠한지를 얘기했더니 AI 시스템이 내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에 적합한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 설명해줬다. 평소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에 대한 애착이 기저에 있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사람이 했을 때와는 또 다른 신뢰감이 들었다.
영업점의 한 직원은 초반엔 고객들이 익숙한 직원의 안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입소문 및 직원들의 권유로 AI 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AI 시스템에 대한 직원들의 입장은 어떨지 궁금했다. 기자가 접한 직원들은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 직원들이 주로 수행했던 업무를 AI가 보다 효능감 있게 수행하면서, 직원들은 한층 편리해진 측면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AI가 상담 시 금칙어 사용 여부나 불완전판매 유형 분석 및 현황을 모니터링해주는 것이 직원들 입장에선 크게 도움이 되는 기능으로 보였다. 실제로 기자가 상담할 때 오류가 발생했는데, AI 시스템이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직원에게 신속하게 알려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편, 영업 현장에선 현재의 표준판매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있었다. 한 직원은 "현재 프로세스에 대한 전면 검토는 필요하다고 여겨진다"면서 "특히, 고객에게 고지의무가 과다한 경우 고객의 이해도는 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이 상품별 투자 위험, 손실 등인데, 이 같은 핵심을 주로 고지함으로써 고객이 상품에 대한 위험성 판단 등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주고, 위험성이 적은 상품은 프로세스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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