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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미사일 지침

[fn스트리트] 미사일 지침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5월 31일 이달 하순 한·미 정상이 합의한 미사일 지침 해제에 대해 "고의적 적대행위"라며 맹비난했다. 사진은 최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 일대의 조용한 정경. /사진=뉴스1
북한이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에 대해 5월 31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불만을 드러냈다. 즉 "남조선이 공화국(북한)과 주변국들까지 사정권인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최근 한·미 정상 합의에 경계심을 표출하면서다. 특히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 표현"이라며 미국을 비난하면서 "일을 저질러놓고 이쪽저쪽의 반응에 촉각을 세우는 비루한 꼴이 역겹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독설을 퍼부었다.

한·미 미사일지침, 즉 '탄도미사일 개발 규제에 대한 지침'은 1979년 체결됐다. 북한의 군사력 증강과 월남 패망, 주한미군 철수론 등이 맞물려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미사일 개발을 결심한 게 시대적 배경이다. 지미 카터 행정부와 불화했던 박 전 대통령이 핵개발은 접는 대신 미국의 미사일기술을 이전받는 타협의 산물이었다. 탄두중량 500㎏·사거리 180㎞로 제한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면서다.

이후 2001~2020년 사이 총 4차례 개정으로 사거리와 탄두중량이 차츰 늘어났다. 그러다 이번에 한국으로선 42년 만에 숙원인 완전한 '미사일 주권'을 되찾은 셈이다. 우리 군이 '미사일 족쇄'에 발이 묶인 사이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했다. 중국이 한반도 전역이 사정거리인 둥펑(東風) 등 중거리미사일만 3000여기를 보유하고 있는 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바이든 정부가 미사일지침 해제에 동의한 건 대중 패권 경쟁까지 염두에 둔 수순이다.

이로써 한국은 중거리미사일뿐 아니라 이론적으론 ICBM 개발까지 가능하게 됐다.
이런 마당에 문재인정부로서도 북한뿐 아니라 중국 전역을 겨냥하는 미국 미사일의 한국 내 배치를 거부할 명분도 약화된 형국이다. 북한의 과민반응은 이로 인해 불리해질 지정학적 함의를 인식했다는 역설적 방증이다. 정부가 미사일지침 해제의 후속 과제를 단계적으로 이행해 북핵이나 중국의 '사드 갑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때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