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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놓고… 보험사-의료계 '속내' 다르네

찬성하는 보험사
소액 청구땐 추가 적자 생기지만
보건의료데이터 얻을 수 있어
반대하는 의료계
심평원에 비급여 비용 내역까지
의료기관 통제할 의도 있다 의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놓고… 보험사-의료계 '속내' 다르네
보험사와 의료계가 '실손보험 간소화 청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지만 진짜 속내는 따로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측 모두 겉으론 '국민편의'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보다면 보험사는 '보건의료데이터 확보', 의료계는 '정부 기관에 의한 비급여 정보 통제 우려'라는 이유가 자리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 김병욱·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5개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 법안의 내용은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내역 등 증빙서류를 보험사로 전송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명 '실손보험 간소화 청구'다.

■보험사, 손실나도 의료정보 확보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 실손보험 청구량 총 7944만4000건 가운데 데이터 전송에 의한 전산 청구는 9만1000건, 0.1%에 그쳤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강력하게 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소비자인 실손보험 가입자 측면에서 보면 지금처럼 보험청구절차가 불편한 것은 소비자가 갖고 있는 정당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모든 의료기관과 보험사들이 참여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보험업계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해 고객의 소액 실손보험료까지 청구하게 되면 연간 5000억운의 추가 적자를 떠안아야한다. 그런데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원하는 속내는 보건의료데이터 확보다.

핀테크와 빅테크사들이 잇따라 보험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보험사들도 마이데이터, 디지털 전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들도 보건의료데이터가 필요해졌다.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보험사에 데이터를 제공하면 의료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의료계, 비급여 정보 통제 반대

반면 의료계는 의료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는 보험사에 의료데이터를 제공할 때 정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데이터를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에서 받는 의료비는 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해주는 급여와 본인이 부담하는 비급여로 나뉜다. 실손보험은 본인 부담금 100%인 비급여 부분을 커버하기 위한 보험이다.

문제는 정부가 건강보험의 재정 때문에 건강보험에서 지운해주는 의료비를 관행적으로 80%만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비에서 손해본 20%를 비급여 항목에서 메우고 있다.
이 때문에 비급여 비용은 의료기관에서 정하도록 두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될 경우 비급여 비용 내역까지 심평원에 고스란히 들어가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핀테크 업체에서 전자적으로 간소화하는 기술을 적용해 지금도 실손보험 청구를 하고 있다"며 "이 서비스를 늘리면 되는데 굳이 진료기록 전체를 전자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은 의료기관을 통제할 의도가 명백한 것"이라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