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가해자인 공군 장모 중사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군대에서 성추행을 당하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공군 여자 부사관과 관련된 사건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공군은 성추행 피해를 입은 이모 중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국방부에 ‘단순 변사’로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자체 수사를 진행하던 공군의 엉터리 수사와 부실 대응 정황도 드러났다. 3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국방부 당국자는 “공군 군사 경찰이 이 중사 사망 사흘 뒤인 지난 달 25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단순 사망’으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모습이 촬영된 휴대전화가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내용만 담겼을 뿐, 이 중사가 성폭력 피해자이고 관련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사실은 누락됐다.
이에 국방부는 이 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동영상까지 남긴 이유가 무엇인지 추가 보고하라고 지시했지만 공군은 1주일 동안 후속 보고를 하지 않았다.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이 알려진 뒤에야 성추행 피해 사실과 수사 경위 보고가 올라왔다고 한다.
한편 초동 수사를 진행하던 공군은 가해자의 휴대전화를 뒤늦게 확보하고 사건 발생 2주일 뒤에야 분리 조처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공군 법무실에서 제출받은 사건 보고서를 보면, 성추행 사건은 지난 3월2일에 발생했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장모 중사는 보름 뒤인 3월 17일에 공군 군사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도 2주일이나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성추행 사실을 사건 이튿날인 3월3일에 신고했지만 장 중사는 3월17일에야 공군 군사경찰의 조사를 받고 다른 부대로 전보 됐다. 가해자 조사와 분리 조처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피해자는 사건 무마, 은폐 압력, 합의 종용 등 ‘2차 가해’를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