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약국 운영자가 ‘추석선물 특가’라고 의약품을 표시·광고해 판매한 것은 다른 약국에서 판매하는 의약품 가격을 비교해 표시하는 광고가 아닌 만큼 약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약사 A씨가 검찰이 자신을 약사법 위반죄로 기소유예 처분한 것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기소유예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 중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씨는 2019년 9월 추석을 앞두고 약국 유리창에 ‘추석선물 특가, □□영양제, 4만 5천원’이라고 기재된 종이를 부착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형식상 불기소처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약사법 시행규칙은 약국개설자 등에게 의약품에 대한 표시·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면서 예외적으로 ‘다른 약국과 판매의약품의 가격을 비교하는 표시·광고’ 등 일정한 유형의 표시·광고는 금지하고 있다.
A씨는 “추석을 맞이해 합리적 가격에 의약품을 판매한다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추석선물 특가 문구를 사용했을 뿐 다른 약국과 판매가격을 비교하지 않았는데도 검찰이 약사법 위반이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특가’는 사회통념상 일반적인 기준에 비춰 특별히 싸다는 의미이지 반드시 다른 약국과 비교해 특별히 싸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추석선물 특가’ 표시·광고는 약사법 및 동법 시행규칙에서 금지하는 ‘다른 약국과 판매의약품의 가격을 비교하는 표시·광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이어 “‘추석선물 특가’는 추석을 맞아 평소보다 제품 가격을 낮추었으니 추석선물로 고려해 달라는 취지로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광고 문구로, 소비자들은 이를 반드시 다른 업체보다 물품을 싸게 판다는 의미로 이해하기 보다는 해당 업체에서 추석을 맞아 물품 가격을 인하해 판매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부연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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