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 집행유예, 남자면 징역형"
커뮤니티서 혐오'맞불에 맞불'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젠더갈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이 각각 중심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에선 누가 더 '헬조선'에서 차별받고 사는지에 대한 다툼에 여념이 없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의 익명성이 젠더갈등에 불을 붙이고 있다"며 현 상황을 우려했다.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이른바 '남초' 혹은 '여초'라 불리는 젠더 논쟁이 온라인 상에서 치열하다. 특정 표현과 손동작을 두고 '남성 혐오'인지 여부에 대해 다투는가 하면,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을 퍼 날라 처벌의 공정성을 따지는 등이다.
특히 여성 성범죄 사건의 경우 "남성 가해자였으면 처벌이 더 무거웠을 것"이라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고교생 제자와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40대 여교사가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내용의 기사에는 '남자 교사였으면 징역형. 엄연한 차별'이라는 댓글이 달리고 3000개가 육박하는 '좋아요'가 눌러졌다.
특정 성별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은 다른 성별에 대한 혐오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남' '페미' '김치'라는 표현 등이 동원됐고, 이러한 갈등은 양쪽 진형을 오고 갈 때마다 격화됐다. 남초와 여초 사이트에선 이른바 '미러링(모방 행위)'을 통한 맞불에 맞불이 더해져 갈등에 불이 붙었다.
젠더갈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흔적을 남았다. 이날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청원은 1527건에 달한다. 지난달 마감된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내용의 청원은 29만3000명의 동의를 얻어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개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를 보면, 여성의 74.6%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말하는 한편, 남성의 51.7%는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젠더갈등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은 계기는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평가된다. 2016년 5월 서울 서초동 소재 노래방 건물의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여성들은 강남역 살인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강남역 앞에서 피해자를 추모했다. 강남역 주변에는 고인에 대한 추모와 동시에 '여자라 살해당했다' '너는 남자라 살았다' 등 쪽지가 붙었다. 이에 대해 일부 남성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지 말라며 '미러링'으로 혐오를 되갚기 시작했다.
이러한 혐오 정서는 온라인에서 익명을 통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젠더갈등의 불씨가 꺼질 줄 모르고, 이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특정 사건을 비화하고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갈등을 조장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현실에선 두드러지지 않는 갈등도 유행처럼 쏠림 현상에 휩쓸리게 되고 젠더갈등으로 번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온라인은 익명이자, 원초적인 정서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라며 "특정 성별을 조롱하는 표현이 많이 생길수록 젠더갈등은 고조될 것. 당분간 젠더갈등은 이어질 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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