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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삼성 자진시정안에 퇴짜 놓은 공정위, 처벌이 능사인가

[파이낸셜뉴스]
[fn사설] 삼성 자진시정안에 퇴짜 놓은 공정위, 처벌이 능사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급식·식자재 유통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를 받는 삼성그룹의 자진시정안을 기각했다. /사진=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삼성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했다. 동의의결제란 사업자가 먼저 피해자 구제 방안을 내놓고 이행하는 절차다. 공정위는 사업자 자진시정안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 기업 입장에선 과징금이나 검찰 고발 등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 승인을 받으려면 엄격한 시정 조치가 필수다. 동의의결제는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방안 중 하나로 도입됐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8년부터 삼성전자 등 계열사 4곳이 급식·식자재 유통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에 부당하게 사내 급식을 몰아줬는지를 조사해왔다. 공정위는 올 1월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그룹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한다는 심의보고서를 삼성에 보냈다.

이에 삼성측은 지난달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자진시정안은 향후 5년간 2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상생을 지원하고, 중소·중견기업에 구내식당 일감을 우선 개방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는 15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급식·식자재 중소기업 375곳과 취약계층 식품안전 설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공정위는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퇴짜를 놓았다. 삼성이 내놓은 안이 부실하거나 혐의가 중대하다고 봤다는 뜻이다. 이제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 건에 대해 정식 심의를 재개한다.

반면 공정위는 올 2월 통신사 갑질 혐의를 받은 애플코리아가 신청한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애플은 10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내놨다. 결국 애플은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소비자는 할인혜택을 받았고 통신사도 갑질 계약을 바꿀 기회를 잡았다. 공정위의 동의의결 수용으로 이해당사자 모두가 만족한 결과를 얻은 셈이다. 공정위는 이전에도 다음·네이버의 시장 지배적지위 남용, 독일계 기업 SAP코리아 거래상지위 남용 행위 등에 대해 자진시정안을 수용했다.

기업이 잘못했으면 제재를 받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FTA 협상에서 미국이 동의의결제 도입을 강하게 요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만큼 한국 공정거래 당국의 기업 단속 관행이 엄격하다는 뜻이다. 공정위가 삼성 측에 자진시정안 보완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아쉽다. 한국 기업들은 이래저래 괴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