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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진료' 자격정지 의사...법원 "진료 지장 없다면 처분 취소"

갈등관계인의 '음주진료' 신고로 면허정지 A씨
복지부 "비도덕적 진료행위...비난 가능성 커" 
재판부 "감지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볼 수 없어"

'음주진료' 자격정지 의사...법원 "진료 지장 없다면 처분 취소"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술을 마시고 환자를 진료했다는 이유만으로 면허가 정지된 의사에게 자격정지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진료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A씨는 지난 2017년 9월 “와인을 마시고 환자를 봤다”는 이유로 112에 신고를 당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A씨에 대한 음주를 감지했지만. 신고자가 복지부에 직접 신고하겠다고 해 사건을 종결처리했다.

신고자 B씨는 A씨와 갈등관계였다. A씨에게 2차례 수술을 받았던 환자로 “A씨가 수술을 잘못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수술비를 납부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의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같은 해 9월 보건소에 “A씨가 병원 휴게실에서 음주를 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보건소가 경찰 의뢰를 거친 뒤 ‘입증되지 않아 행정처분이 어렵다’는 취지로 종결하자 B씨는 재차 민원을 넣었다. 112 출동기록에 음주사실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보건소는 복지부에 “A씨가 와인을 마시고 환자를 진료했는데, 의료법에 따른 자격정지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복지부는 “도덕적 비난가능성이 큰 진료행위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불복한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진료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매우 낮았고, 진료에 영향도 없었으며 환자 진료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고도의 직업윤리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여야 하는데, 음주감지기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됐다는 사정만으로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며 “환자에 위해가 생겼다는 등의 사정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복지부 기준인 ‘만취·비틀거림’이 없던 점 △신고자인 B씨가 ‘와인잔을 들고 있었다’고 진술한 점 △당시 진료받은 환자의 문제제기가 없었던 점 △0.05% 이하 상당히 낮은 혈중알코올농도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복지부 처분으로 인한 공익보다 A씨에 대한 불이익이 더 커 위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