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사 깔짚 자동살포장치 만든
권경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최근 5년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로 인해 살처분된 오리는 무려 4461만5000마리에 이른다. 재정소요액은 3563억원에 달한다. 권경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36·사진)는 오리 사육농가의 '깔짚'에서 AI의 원인을 찾았다. 2014~2015년 AI 발생에 따른 역학조사 결과 오리농가 중 상당수 농가가 깔짚 투입 과정에서 차량 출입으로 인해 질병이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된 바 있기 때문이다.
오리는 흔히 음수량이 많고 분뇨에 수분함량이 높다. 이 때문에 바닥재가 질어지기 쉬운데, 오리 사육농가에서는 바닥 수분 관리를 위해 왕겨나 톱밥 등 깔짚을 주기적으로 뿌려준다. 이 깔짚은 AI 전파 우려뿐 아니라 뿌려주는 과정에서 노동부하가 심하고, 근로자의 호흡기 질환도 유발하곤 한다.
권 연구사는 "오리 사육농가의 노동력 절감과 차단방역 달성을 위한 스마트 축산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었다"며 "이에 따라 노동력 투입 없이 자동으로 바닥 깔짚을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개발된 장치가 바로 '오리사 깔짚 자동살포장치'다. 오리 사육시설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깔짚을 살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존 깔짚은 사육시설 외부에 설치된 보관창고로부터 자동으로 이송된다.
또 농장주가 사전에 입력한 스케줄(작동 시간, 살포량)에 따라 장치 스스로 새 깔짚 살포작업을 한다. 장치 전면부에 무선통신 모듈과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센서 및 CCTV를 설치해 농장주는 외부에서도 농장 상태를 원격으로 관찰하고 관리할 수 있다.
권 연구사는 "이 장치 도입 후 오리 사육농가에서 사람이 직접 1개 동당 40~120분 걸려 실시하던 깔짚 살포작업을 별도의 인력 투입 없이 15분 내로 완료할 수 있게 됐다"며 "농장주가 분진환경으로 해방됐을 뿐 아니라 차단방역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지난 2019년 'ICT 융합 한국형 스마트팜 핵심 기반 기술개발'이라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종료평가 결과 '우수'에도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권 연구사는 농촌진흥청 입사 당시 "책상에 앉아서만 하는 연구가 아닌 발로 뛰고, 실제 농업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짜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이 같은 초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권 연구사는 "깔짚 자동살포장치 시작기를 처음 적용했던 농가 사장님이 두 손을 잡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이제 좀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던 순간이 기억난다"며 "사장님의 오리 사육에 대한 열정과 그간의 노력 등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봤기 때문에 진심과 무게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연구직으로서 나아갈 길을 다시 한번 재조명해주고, 또 고생한 만큼 인정해주는 것 같아 평생 잊을 수 없는 인사말이 됐다"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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