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 1심 불복 항소··· 2심 앞둬
경찰, 아동학대 대응체계 대폭 개편
검찰, 유사 사건서 살인 혐의 미적용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에겐 실제 태어난 생일이 있다. 2019년 6월 10일이다.
생모는 정인양을 낳고 8일째에 입양기관에 입양을 보냈다. 정인이란 이름도 친모가 지어줬다. 꼬박 열달을 품어 낳고, 제 나름으로 그 삶을 응원했을 것이다.
입양 이후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생후 16개월만에 숨진 정인양 생전 모습. fnDB.
■살았다면 두 돌··· 정인의 生
정인양은 위탁모 아래서 자랐다. 생후 2개월이던 2019년 7월, 양부모 안모씨와 장모씨가 나타났다. 이들은 몇 달 간 절차를 거쳐 지난해 2월 정인양을 정식으로 입양했다. 그때까지 8개월 간은 위탁모가 맡아 키웠다.
이후의 시간은 끔찍했다. 사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드러난 폭행 흔적은 성인에게도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참담한 것이었다. 당시 부검의는 지난 20여년 간 부검한 아동 사체 중 가장 처참했다고 증언했다.
성한 곳이 없었다. 온 몸에 멍이 들었고 늑골과 두개골, 쇄골 등에서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확인됐다. 적절한 치료 없이 자연히 붙은 것이었다.
사망 원인이 된 장기파열도 심각했다. 췌장이 완전히 절단됐고, 절단 전에도 하루 이상 시차를 두고 심각한 손상을 입은 일이 있었다고 입증됐다. 장간막도 길게 찢어져 상당한 출혈을 일으켰다. 법정에 출석한 전문가는 정인양이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들 만큼 큰 고통을 겪었으리라고 추정했다.
폭행은 입양 2개월째인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과 6월, 9월까지 총 3차례 경찰 신고가 이뤄졌다. 어린이집 원장과 이웃 주민 등이 신고한 것으로, 그때마다 경찰은 내사종결 처리했다. 양부모에게 학대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주변인들은 양부모가 충분한 교육을 받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양모 장씨는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해외입양인을 돕는 자원봉사 이력까지 있었다. 양부 안씨 역시 점잖은 성품이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초반 경찰 신고가 이들의 인상 때문에 가볍게 처리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인양이 사망하기까지 3차례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경찰엔 비난이 쇄도했다. 정인양을 둘러싼 상황을 적극 조사하거나 아이를 부모와 분리했다면 사망이란 극단적 결과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인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가 지난 1월 서울 신월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정인이 사건으로 바뀐 것
경찰은 사건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뒤에야 서울 양천경찰서장 등 관련자 9명을 징계처분했다. △경찰청에 아동학대 전담 부서 신설 △수사지침에 학대 혐의자의 정신병력 및 알코올 중독, 피해 아동의 과거 진료 기록 확인 의무화 등의 대책도 내놨다.
기존엔 수사인력부족과 법적 권한 미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문성 부족 등으로 아동학대 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 아동과 부모를 분리조치했다 소송에 직면한 경찰관 사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인양 사건 뒤 일선 서에선 아동학대 사건 처리가 까다로워졌다며 불만스런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바뀔 게 바뀌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양모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검찰의 태도는 일회적이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만 장씨를 기소했던 검찰은 거센 비판에 직면해 1달 만에 입장을 바꿨다. 검찰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주의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1심 법원은 살인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문제는 검찰이 유아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살인 혐의를 좀처럼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달 8일 경기도 화성에서 생후 33개월 만에 학대로 사망한 입양아 사건에서 검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2살짜리 어린 아이에 대한 지속적 폭행과 아이가 쓰러진 뒤 7시간여 동안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점 등이 논란이 됐으나 검찰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없다고 봤다.
이 아이를 입양한 부모의 경우 이미 4명의 친자가 있어 아파트 다자녀 청약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정인이 사건 주요 정보 정리. fnDB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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