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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日 상대 강제집행 적법... 국내 재산목록 공개해야"

"소송비용 추심할 수 없다" 판단과 정반대
국가면제 예외와 손해배상 청구권도 인정
"사법부 영역 아냐" 법리판단 강조하기도 

法 "日 상대 강제집행 적법... 국내 재산목록 공개해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일본 상대 손해배상 1차 소송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재산명시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국제법 위반’ ‘문명국가들 사이 위신 저하’ 등을 언급한 재판부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피해자들은 소송비용을 추심할 없다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장도 접수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1단독(남성우 판사)는 지난 9일 배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산명시 신청을 인용했다. 재산명시는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하는 절차다. 제출된 목록은 압류·매각 등 강제집행의 대상이 된다.

같은 법원 민사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는 지난 1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1인당 1억원과 지연이자, 소송비용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은 일본 측이 대응하지 않아 확정됐다.

바뀐 민사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지난 3월 330만원의 소송비용에 대해서는 국내 법원이 강제집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에 의해서 소송비용을 강제집행을 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자 권리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민사51단독부는 민사34부의 앞선 결정과 정반대 결과를 내놨다. 재판부는 “강행규범을 위반하는 경우 그 국가는 국제공동체 스스로가 정해놓은 경계를 벗어난 것이므로 그 국가에 주어진 특권은 몰수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강제집행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민사34부가 강조한 한일 위안부합의 준수 등 국제법상 이전 언행과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금반언의 원칙’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신청이 비엔나협약 27조에 반하지 않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정부 간 합의에 불과해 조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국가면제에 대한 예외가 인정된다는 판단도 내놨다. 재판부는 “본안 확정판결은 일본에 의해 한반도에서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가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국가의 주권 행위더라도 국가면제의 예외에 해당한다”며 “국가에 의해 자행된 살인, 강간 등 인권 침해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면 국제사회 공동의 이익이 위협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손해배상청구권을 놓고도 민사34부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일본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소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며 “이 사건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 성격을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청구권과 달리 볼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법리 판단’만 할 것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강제집행 실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대일관계 악화 등 국가 간 문제는 외교권을 관할하는 행정부의 고유 영역으로 사법부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으로 강제집행의 적법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사항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한편 배 할머니 등은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김양호 부장판사)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소송비용을 추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결정에 불복한 데 따른 것이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