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고 배춘희 할머니 유족 등 손배소 1심 승소
日정부 무대응...韓법원 "한국 내 재산목록 공개" 명령
가토 장관, 불응 시사
4월 이용수 할머니 등이 제기한 소송은 각하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 1심 승소와 관련, 서울중앙지법이 일본 정부를 향해 한국 내 재산목록을 공개하라고 명령한 것에 대해 불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1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올 1월의 서울중앙지법의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판결은 국제법 및 한·일 양국 간 합의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며, (일본 정부는)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으로서는 (위안부 소송 등과 관련해) 한국에 국가적인 책임을 지고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계속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배춘희 할머니 유족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1인당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해 올해 1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 소송에서 일본 정부는 주권을 가진 국가가 다른 나라 재판관할권을 면제받는다는 국제관습법상 원칙인 '국가면제'(주권면제)를 내세워 응하지 않았고, 1심 판결 이후 항소도 하지 않아 패소가 그대로 확정됐다.
지난 1월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가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김강원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정부가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원고 측은 손해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재산을 공개토록 해달라고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일 이 신청을 받아들여 일본 정부에 한국 내 재산 목록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일본 정부는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역사문제가 1965년의 한·일 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간 합의 등으로 해결됐다며, 피해자들의 소송은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고 배춘희 할머니 유족 등이 제기한 1월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과 달리, 이용수 할머니 등이 제기한 4월 소송에서는 '정반대'인 각하 판결을 내렸다. 주권국가를 다른 나라의 재판권에서 면제한다는 '국가면제'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달랐다.
가토 장관은 한국 군 당국이 전날 실시한 독도방어훈련인 '동해 영토수호훈련'과 관련한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거나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우리나라(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상황에 맞게 필요한 검토,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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