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자전거 업체 직원이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간)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해 회사에서 상품 배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양길로 접어들던 노트북PC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부활해 점차 '대형 스마트폰'화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기사회생한 노트북 PC가 점차 거대한 스마트폰이 되고 있다.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업무·수업에서는 노트북이 스마트폰보다 훨씬 쉽다는 점이 입증돼 노트북 수요 감소세가 역전됐다.
그렇다고 스마트폰과 경쟁이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노트북의 기능이 점차 강화돼 스마트폰의 영역까지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컴퓨터 업체들이 노트북 PC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확장하고 있어 차세대 노트북은 '더 크고, 더 강력하며, 더 능력이 많은' 스마트폰이 돼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트북 컴퓨터는 스마트폰에 없는 기능들이 많다.
우선 문서 작업이나 그래픽 작업을 할 때 노트북의 키보드와 터치패드를 통해 좀 더 빠른 작업수행이 가능하다. 큰 화면을 이용해 여러 화면을 동시에 띄워놓고 작업하는 것도 된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에 비해 노트북 컴퓨터의 화질이 떨어지고, 와이파이(Wi-Fi)가 안되는 곳에서는 인터넷 먹통이 되는 점도 단점이다. 무엇보다 짧은 배터리 수명이 문제다. 일을 할만하면 배터리가 다 돼 외부에서 작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차세대 노트북 컴퓨터들은 다르다. 새로운 반도체로 무장하고 배터리 가용시간을 크게 늘리고 있다.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기술 컨설팅업체 CCS인사이트 최고경영자(CEO) 조프 블레이버에 따르면 이같은 변화를 이끄는 선두주자는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적인 발명품을 들고 나왔던 애플이다.
애플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기술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설계해 배터리 수명을 크게 늘리고 있다.
스마트폰 아이폰 반도체를 시작으로 애플은 그동안 축적한 반도체 설계기술을 쏟아부어 수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애플 맥 컴퓨터에 장착할 수 있는 M1 반도체를 개발해냈다.
애플은 그동안 PC업계의 주력인 인텔의 X86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를 PC에 장착했지만 ARM 기술을 기반으로 새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어냈다.
블레이버는 애플이 개발한 반도체 성능이 "업계 경쟁사들 모두를 매우 크게 우려하도록 만들고 있다"면서 애플이 업계의 경쟁 질서를 새로 짜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M1 반도체를 토대로 맥북에어, 프로 등 노트북 컴퓨터가 5세대(5G) 이동통신망에 접속하고 더 낮은 전력수요와 높은 성능을 갖추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애플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는데 따른 부수효과이기도 하다.
애플의 성공은 PC 운영체제(OS)에서 애플과 경쟁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자극제가 되고 있다.
MS는 여전히 부진하기는 하지만 개발자들을 독려해 오는 24일 공개되는 차세대 윈도에서는 전력 소모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대거 깔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인텔과 보조를 맞춰 온 MS도 최근 분리가 가능해 태블릿PC로도 쓸 수 있는 서피스프로X 노트북 컴퓨터에 ARM 기반 CPU를 장착했다. 퀄컴과 함께 개발한 CPU이다.
전세계 CPU 시장점유율 80%의 인텔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인텔은 ARM 반도체와 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까다로운 여러 기준을 통과한 노트북에 자사의 차세대 CPU를 공급하는 이른바 '이보(Evo)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플랫폼에 합류하려면 노트북이 얇고, 가벼워야 하고, 배터리 수명은 9시간을 버텨야 하며 스마트폰과 비슷한 기능들을 갖춰야 한다.
높은 가격이 단점이지만 스마트폰, 애플 컴퓨터와 경쟁하려면 이 정도 사양은 갖춰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한편 인텔의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파먹고 있는 AMD는 유리한 고지에 있다.
차세대 반도체 대세로 떠오른 ARM을 인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경쟁당국의 제동으로 일단 인수가 차질을 빚고 있기는 하지만 예정대로 연내 인수가 마무리되면 AMD는 ARM의 최첨단 반도체 설계 기술을 토대로 최신 반도체들을 잇달아 내놓아 인텔의 토대를 조금씩 무너뜨릴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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