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검사 경력이 말해준다. 편향된 적 없다
검찰은 준사법기관, "수사로 말해야 한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장 집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본인과 관련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편지 보셨나요?"
언론에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이성윤 서울고검장(59·사법연수원 23기)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장 집무실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건넨 첫 마디였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한 그는 이임식을 마치고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1년 6개월의 임기를 마친 솔직한 심정을 전한 바 있다.
이 고검장은 언론 최초로 자리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메일에서 강조한 내용처럼 "그동안 기본과 원칙, 상식에 맞는 절제된 수사를 해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사건 처리 과정에서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바꾸는 지휘는 결단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고검장은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를 자처해 '고속 승진'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여권 수사들을 뭉갰다는 일각의 시선을 받아왔다. 그러나 자신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거나 곡해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토로하는 만큼 본지는 그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검사로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어떤 신념을 갖고 조직을 이끄는지 등을 심도 있게 물어봤다.
대담=김도우 사회부장 964425@fnnews.com
취재·정리=유선준 기자 rsunjun@fnnews.com
다음은 이 고검장과의 일문일답.
-언론과의 인터뷰는 처음이다.
▲오해되는 부분들을 풀고 싶다. '흑을 백으로 바꿨다'는 식으로 일각에서 의심하는데 증거도 없이 말이 안된다. 28년째 검사 생활을 했는데 '정치 검사'라거나 '편향적인 검사'라고 하는데. 뒤집어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초임 검사 때 어디서 근무했는지 봐라. 서울지검에서 시작했고 형사1부에서 근무했다. 전국에서 1등으로 들어갔다는 뜻이다.
초임 때 성수대교·삼성전자 사건을 수사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등 보수 정권 대통령 당시에는 첫 번째 임지 부장검사 자리가 공안·특수 사건을 다루는 전주지검 3부장이다.
2008년에는 광주지검 특수부장·인천지검 강력부장을 했다. 이후 인지 공안·특수부장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을 했다. 거기서 근무를 하다가 중앙지검으로 왔고, 2014년 세월호 검경 합동수사본부장을 역임했다. 금융위원회 조사기획관도 했다.
저는 헤매는 사람이 아니다.(웃음) 이 경력들만 봐도 한쪽에 편향된 게 아니다. 그 점을 검사들에게 설명해주고 싶어서 검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여권 사건 수사를 무마한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검사들로부터 보고서를 받고 얘기를 하잖느냐. 보고서 내용이 법원에 가서 판단을 받으니깐 문제가 있거나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계속 지적을 하고 검토하라는 것인데, 그걸 뭉갠다고 표현을 하는 것이다. 저는 제게 보고하는 것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고 검토해왔다.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하자'는 아는 목사의 말씀을 간직해서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데 사건을 뭉개고 흑을 백으로 바꾸는 프레임으로 비판을 했던 것이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바꾸는 지휘는 결단코 하지 않았다.
-여권 사건 무혐의 처분이나 제기수사 명령 등 수사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사건은 우리(검찰)가 뭘 하고 싶어도 증거가 있고 법리가 있는 것을 어떻게 바꿀 수가 있나. 저 혼자만 세상에 살면 가능하다. 수십명이 관련 돼 있는데, 그 사람들이 다 일치된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
-검찰 내에서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저 사람은 무능한데 여권에 빌붙어 아부해 승진한 것이라는 말일 것이다. 28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어떤 상황에서도 새벽 6~7시 출근을 해왔다. 소위 빽(인맥)도 없고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몸으로 열심히 뛸 수밖에 없었다. 열정을 가지고 일만 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라 오해 받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경희대 출신 검사는 전국 검사 2300명 중 20여명 있는데, 1%에 해당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10년 먼저 대학을 졸업했잖냐. 얼굴 뵙지도 못했다.
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기본 원칙과 상식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음주 패거리 문화' 보다는 연구하고 변화하고 개선을 존중하는 것을 하자고 했다. 윗선에서 찍어 누르는 것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삼삼오오 잘할 때 조직 전체가 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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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검장으로서 어떻게 아우르고 나아 갈 것인가.
▲끈임없이 소통하고 설명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100%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가능한 오해의 소지를 줄이고 얘기해줄 것이다. 중앙지검에 있을 때 검사가 270명 가까이 있었다. 수사관만 900명인데, 모두에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차장검사나 주요 부장검사들에게 설명을 많이 해줬지만 한번 오해된 것은 잘 풀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더 소통하고 노력하겠다.
-김오수 총장과 이 고검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총장께서는 제가 법무부에서 검찰국장할 때 법무부 차관이셨다. 그 당시 검찰개혁이 이뤄지는 격동기 때 같이 근무를 해서 신뢰가 있다. 제가 산하청의 검사장에 불과한데, 총장이 가시는 길과 다를 수 있겠나.(웃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를 반대하는 성명서에 불참 했었는데.
▲검찰은 준사법기관이다. 증거를 보고 유무죄를 따져서 위법 부당 여부를 따지는 기관이다. 당시 제가 윤 총장 가족 사건을 많이 수사하고 있었다. 불참 이유에 대해 차장과 부장검사들에게 말했다.
사건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일선청의 최종 책임자로서 입장 표명은 이 사건의 유무죄를 먼저 말하는 것과 똑같다.
사건 수사도 잘 이뤄지지 않았는데 수장으로서 의견을 내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게 합당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고소인이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유무죄에 대해 미리 의견을 내거나 발표하면 사건 당사자가 얼마나 편견을 가지게 되겠냐. 입장을 내는 것은 사소한 고소 사건이라도 수사 책임자로서 맞지 않는 행동이다.
앞으로도 검사가 어떤 사건에 대해서 입장을 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 '의견을 내는 것이 중심을 잡는 것이냐, 가만히 있는 것이 중심을 잡는 것이냐'는 질문이 있다면 비판을 받더라도 중심을 잡는 것이 낫다고 말하겠다.
오해를 주면 논란에 휩쓸리고 사건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 수사 결론이 났을 때 공소장으로 얘기를 하면 된다. 검사는 수사로만 말해야 한다.
-검찰개혁의 진행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나.
▲현재 검찰개혁은 상당히 이뤄졌다. 검찰개혁의 큰 틀에서 하는 수사권 조정이나 제도적인 부분은 거의 외부적인 강제의 힘으로 된다고 본다.
수사권도 상당 부분 바뀌었다. 근본 원인은 수사관행 방식 등 내부적인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아 신뢰를 잃은 것이다. 신뢰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검찰개혁이 시작된 것이다. 검찰 구성원마다 바뀌어서 조직문화가 개선돼야 한다. 저는 검찰개혁에 계속 동참할 것이다.
세대가 바뀌었고 여성 검사가 많아지고 기수별 문화에서 로스쿨 검사의 도입이 이뤄져 조직 문화가 바뀌고 있다. 예전처럼 술 많이 먹는 회식 문화도 바뀌었다. 조직 문화에 대한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검찰 중간 간부 인사는 언제쯤 이뤄지나.
▲이르면 내주 정도에 어느정도 윤곽이 나오지 않을 듯 싶다. 늦어도 6월안에는 부장 등 인사가 진행되면 조직도 안정화 단계에 이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누가 와서 그런 얘기를 했다. 전 구성원의 지지를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전체주의 국가 아닌가. 말이 안된다. 생각이 다 다른거다. 예수도 전세계 인구 가운데 30% 지지를 받았는데 말이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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