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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회의 천국' 기재부

이슈 생길 때마다 TF·회의 신설
한번 만들면 없애는것도 힘들어
직원 업무과중에 효율만 떨어져

국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우후죽순 난립한 태스크포스(TF) 홍수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경제가 위기상황에 놓이자 기재부는 총대를 메고 '비상경제체제'에 돌입했다. 사안이 급박하고 시기가 중요한 만큼 여러 새로운 회의들이 꼬리를 물고 생겼다. 부동산 등 새로운 문제가 크게 불거질 때마다 주요 대책을 발표하는 회의들도 신설됐다. 그러나 최근 내부에서는 백신 보급과 여러 반등 지표 등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 기미가 보이고 있음에도 기존 회의들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채 유지되고 있다. 한번 만들어진 제도를 없애는 게 어려운 공무원사회 특성이 드러난 셈이다.

2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열린 제38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는 코로나19 이후 경제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4월 29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그러나 매회 비상경제와 관련된 안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겸' 다른 회의들이 붙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37차 때는 제3차 혁신성장전략회의가 붙으면서 안경의 온라인 판매를 가능하게 한다는 '한걸음 모델' 과제 선정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비상경제와는 큰 관련성이 없는 주제다.

기재부가 지나치게 많은 회의와 TF의 늪에 빠졌다는 비판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취임 이후 꾸준히 받아온 지적이다. 지난해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기재부 산하 TF가 12개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생긴 TF는 한국판뉴딜점검TF, 조세-고용보험 소득정보연계추진TF 등이 더 생겨났다. 확대간부회의, 코로나정책점검회의, 디지털뉴딜자문단회의, 재정관리점검회의 등 회의가 몇 개나 있는지는 기재부 관계자도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 한 번 만들어진 TF와 회의는 쉽게 없앨 수도 없다. 업무는 과중되지만 없애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재부 5층엔 '기획재정부 비상경제상황실' 현판이 걸려 있다. 이 상황실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처음 꾸려졌다. 이후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당시에는 북한 관련 상황들이 발생하면 작동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관련 지표를 취합하는 등 통상적인 기재부 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옆에 걸려 있는 '경제상황점검반' 역시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뚜렷한 역할은 찾기 힘들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성장률 4% 이상을 점치고 있고, 최근 수출이나 소비 수치가 아무리 좋게 나와도 기재부가 자의적으로 비경중대본을 없앨 수는 없지 않으냐"며 "결국 우리 직원들이 해야 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TF와 회의들로 인해 직원들 업무는 계속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주52시간 근무제 본격화와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공무원 특별공급 논란 등 공무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유인마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