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요구, 수술실CCTV 2]
보건복지부 국회 제출 행정처분 내역 분석
유명 유령수술 사건 의사들, 행정처분 無
112건 중 행정처분 사례 극히 일부 불과
보건복지부 "대법원 판결 나와야 처분"
[파이낸셜뉴스] 2014년 그랜드성형외과 사건, 2016년 고 권대희 사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고발되며 화제가 된 2018년 관절병원 환자 2명 사망사건, 최근 불거진 인천과 광주 관절·척추병원 사건.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환자 마취 뒤 약속한 의사 대신 다른 의사나 무자격자가 수술을 집도한 유령수술 사건이다. 더구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로부터 병원과 관련자에 대한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건과 관계된 의료인 중 상당수가 의사자격을 유지하고 있고, 사건 후 수년이 지나도록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유령수술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의료인 상당수가 행정처분도 받지 않고 정상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유령수술로 아들을 잃은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를 찾아 수술실CCTV법의 조속한 통과를 약속하는 모습. 의료정의실천연대 제공.
유령수술 적발에도 행정처분 無
유령수술은 환자가 마취된 뒤 집도의가 전체 수술을 하지 않는 범죄를 일컫는다. 집도의가 수술에 아예 참여하지 않거나 중요한 부분 일부만 참여한 뒤 나가버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유는 간명하다. 집도의가 몇 시간 동안 수술 전체를 책임지는 대신 다른 일을 함으로써 수익 극대화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을 대리하는 사람이 무자격자인 경우도 상당수다. 자격이 있는 의사가 대리수술을 하기도 하지만 간호사인 경우,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나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을 하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보고됐다.
집도의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수술은 불법이다. 형법 다수설은 수술이 그 자체로 상해죄를 구성하는데, 집도의가 환자의 승낙을 구해 환자를 위한 의료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고 있다. 환자 마취 후 동의 받지 않은 의사가 이익 추구 목적으로 수술을 했다면 상해죄와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문제는 불법 의료행위가 확인된 경우에도 보건복지부가 충실히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법에 따라 보건당국이 병원 영업정지와 면허규제 등의 행정처분을 할 수 있지만 실제 처분에 이른 경우는 많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64개월 간 적발된 유령수술 사례가 112건에 달하지만 실제 처분에 이른 건수는 40여건 수준에 불과하다. 적발된 유령수술 1건당 병원 관리자와 집도의, 실제 수술을 한 의료인 등 다수 관계자가 연루돼 있지만 실제 처분을 받은 의료인도 40여명에 불과하다.
유령수술 적발 및 행정처분 건수 등 |
구분 |
건 |
유령수술 적발(64개월) |
112 |
유령수술 의사 행정처분(84개월) |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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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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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유령수술 사건도 처분 無
파급이 큰 사건도 다르지 않다. 유령수술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2014년 이후 환자가 사망하거나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사건의 행정처분 여부를 확인한 결과 대다수 사건에서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대법원에서 사기죄 유죄판결을 받은 그랜드성형외과 전 원장과 관련자, 고 권대희 사건 집도의와 유령의사 등은 모두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다. 사건 발생 후 각 7년과 5년이 지났음에도 그렇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경찰이 의료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행정처분을 해달라는) 의뢰를 주는데 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되기 전까지는 처분을 유보하는 경우가 있다”며 “혐의점이 있어도 수사기관에서 (기소가 되지 않거나) 무혐의가 나오면 저희가 행정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유령수술을 저지른 의사가 수년째 무사히 진료를 하는 황당한 상황 뒤엔 이런 이유가 있다. 수사와 재판과정이 긴 의료범죄 특성상 5~7년 이상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법조계와 의료계에선 비판이 쏟아진다. 인천 유령수술 사건을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보건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영역인데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처분을 늦춘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형사처벌보다 보건당국의 재량은 더 폭넓게 인정되는데, 보건당국에서 형사처벌 결과를 기다린다는 건 법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소극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유령수술 문제를 공론화해온 성형외과 전문의 김선웅 의료범죄척결 시민단체 닥터벤데타 대표 역시 “수술실은 사실상 법적·사회적 감시와 통제의 사각지대”라며 “수술실 범죄는 대부분 사망, 뇌사, 장애로 직결되는 범죄로, 유령수술, 무단장기적출, 성폭행 등과 같은 강력 형사범들의 혐의가 확인되면 조속히 면허를 정지시키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환자보호3법(수술실CCTV·범죄 의료인 면허규제 강화·의료인 행정처분 공개 법안)’ 통과가 유령수술 등 의료범죄 예방에 큰 역할을 하리란 목소리도 이어진다. 해당 법안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적극 규제하며, 행정처분 사실을 일반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자는 내용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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