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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선생의 부하·제자 추행은 구속수사... 아산병원 엽기인턴은 왜?

아산병원 엽기인턴 성추행 지난달 기소
마취 환자 성추행, 부적절 발언 논란 커
불구속 수사 끝, 준강제추행 혐의 적용
"구속수사 했어야" 비판의견 상당해

[파이낸셜뉴스] 선배 제지에도 마취된 여성 환자 성기를 만지는 등 비상식적 행동을 한 서울아산병원 전 인턴의사 A씨가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보다 엄격한 수사가 필요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단순한 추행을 넘어 직업윤리를 심각하게 위배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병원 징계위원회 내용 이상의 결과가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관·선생의 부하·제자 추행은 구속수사... 아산병원 엽기인턴은 왜?
마취돼 의식이 없는 환자를 추행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서울아산병원 전 인턴이 불구속 기소된 가운데 불구속 수사가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아산병원 엽기인턴, 불구속 적절한가

21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동부지검이 준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아산병원 전 인턴의사 A씨가 불구속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과정에서 간호사 등 관련자 상당수가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으나 A씨의 추행이나 발언과 관련해 이렇다 할 증언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 레지던트 B씨의 신고로 징계까지 내렸던 서울아산병원이 환자에 대한 추행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고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이 신변 구속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B씨 증언 등으로 명백한 증거를 확보한 병원이 고발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목격자들이 A씨의 추가 범죄행위 등에 대해 구체적인 증언을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방어권보장이나 인권보호 측면에서 불구속 수사가 장려되지 않느냐”면서도 “추행 사건에서도 가해자가 지배적 위치에 있다거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으면 영장이 나오는 사례가 있고 이 사건도 (철저히 수사해 영장을 신청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까”하고 말했다.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 역시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라 구속을 안 시킨 걸 무조건 잘못했다고 꼬집을 수는 없다”면서도 “같은 범죄라도 전문가가 범한 범행은 더 중대하게 다루어야 할 텐데, (수사기관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늘 아쉽다”고 지적했다.

피해를 본 환자가 자신이 마취된 동안 추행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뿐더러, 환자에게 피해사실에 대한 통지를 하지 않은 병원이 사실상 직무유기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상관·선생의 부하·제자 추행은 구속수사... 아산병원 엽기인턴은 왜?
피의자가 지위를 이용해 추행한 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이 구속수사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주요한 요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fnDB.
상관·선생 추행은 구속수사... 기준은?

추행 사건에서 피의자가 구속수사를 받는 사례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법원은 여성 장교와 부사관들을 추행한 혐의를 받는 육군 모 부대 대대장 C중령, 후배선수를 폭행하고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 프로축구 선수 D씨, 자신이 가르치던 초등학생을 추행한 과외교사 E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이들 사건은 모두 지위를 이용해 제대로 저항하기 어려운 피해자를 추행한 사례로, 증거인멸과 2차 피해 우려가 컸던 사건이다.

A씨의 경우에도 현직 의사가 마취된 환자를 추행했고 병원 자체 조사에서 드러난 비상식적 발언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구속수사가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평가다.

지난 17일 A씨를 유사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발한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는 “환자를 보호하고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의사가 여성 환자의 성기를 추행하고 희롱했다”며 “병원은 사건이 안 알려지길 원할 거고 증언을 해야 할 의료진들은 병원에 피고용자 입장인데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수사해 여죄를 밝혔어야 하지 않았을까”하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서울아산병원 인턴 의사로 근무하던 지난 2019년 여성환자를 추행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해 병원 징계위에 회부됐다. 징계위에선 A씨가 환자 추행은 물론 동료 의료인들에게 “자궁을 먹을 수 있나” “처녀막을 볼 수 있나” “OO(마취된 여성환자 성기)를 더 만지고 싶어 여기 있겠다” 등의 비상식적 발언을 거듭했다는 내용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여성 간호사에게 “남자는 덩치가 크면 성기도 큰데 여자도 그러냐”는 등의 희롱성 질문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이 같은 부분을 문제삼지 않았다.

병원은 당초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고 보도가 이어진 뒤에야 A씨의 수련의 자격을 취소했다. 환자보호 3법(수술실CCTV, 범죄의사 면허규제 강화, 의료인 행정처분 공개)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는 관계로, A씨가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의사로 일할 수 있고 환자들은 처벌 사실을 알 수 없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