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모 공군 중사 분향소에 이 중사 어머니의 편지가 놓여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파도 파도 괴담만'. 성추행 피해를 입은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의 추악한 진실은 과연 밝혀질까.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이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여성 부사관의 성추행 사망 사건을 단순 사망 사건으로 허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2일 군인권센터는 전날(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달 22일 피해자 이모 중사가 사망한 뒤 같은 달 23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은 국방부 조사본부에 올릴 사건 보고서에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기재했으나 군사경찰단장인 이모 대령이 이를 막았다"고 전했다.
이어 "군사경찰단장이 실무자에게 보고 당일 4차례에 걸쳐 보고서에서 사망자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며 "공군 군사경찰을 이끄는 병과장이 직접 국방부에 허위보고를 지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 지휘라인이 작심하고 사건을 은폐했다"면서 수뇌부에 대한 감사를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20전투비행단 수사계장은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3월 5일 피해자 조사만 진행한 채 같은 달 8일 가해자에 대한 '불구속 의견'이 담긴 인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는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기 전에 사건 가이드라인을 짜놓고 수사를 한 셈"이라며 "모종의 외압 없이 일선 부대 수사계장이 이 같은 이상한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센터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을 군형법 38조에 따른 허위보고죄로 구속 수사하고, 공군본부 수사 지휘라인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진술서만 보더라도 성추행 사건으로, 가해자를 긴급체포해 수사하고 48시간 내 영장을 청구하는 게 수사 상식"이라며 "가해자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구속 의견을 냈다는 건 외압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임 소장은 "군에게만 수사를 맡겨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수사심의위로 (조사 주체를) 한정하지 말고 민간과 함께 공동 조사단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군인권센터 기자회견 내용 관련 질의에 "현재 수사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전체적으로 (제기된 의혹 내용을) 범위에 넣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회견에서는) 제보에 의한 것이라고 나왔는데, 저희는 이제 이것을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이 중사는 지난 3월 2일 선임 부사관인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이튿날 바로 보고했으나 회유와 압박 등 2차 피해를 보고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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