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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관계 형성됐는데 종전 용역업체 직원 고용 거절..대법 "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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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승계 거절되더라도 법적구제 한계..국회 입법 주목

신뢰관계 형성됐는데 종전 용역업체 직원 고용 거절..대법 "부당해고”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3월 1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고용승계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새로운 용역업체가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원청 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경우,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면, 새 용역업체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불합리한 고용승계 거절은 부당해고“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M사 대표인 김모씨가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M사 대표인 김씨는 2018년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와 용역계약을 맺고 그해 12월까지 선탄관리작업을 맡았다. 종전 석탄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던 C사 근로자 17명에 대해선 고용승계가 이뤄졌다.

그런데 M사는 유독 C사 소속 직원인 A씨에 대해선 “고용계약을 승계할 의사가 없다”는 내용을 A씨가 속해있던 대한석탄공사 연합노조에 보냈다.

그러자 A씨는 구제신청을 냈고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부함으로써 참가인을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판정하자 M사 대표 김씨는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김씨는 “A씨와 C사 간 고용계약을 승계할 의무가 없는 만큼 중노위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A씨는 2009년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와 선탄관리작업 용역계약을 체결한 T사에 입사한 후 여러 차례 회사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근로기간 단절 없이 고용관계의 승계를 인정받아 계속 근무했다”며 “특히 A씨는 2015년 M사에 고용승계돼 근무한 적도 있으므로 김씨는 A씨와 C사 사이의 고용관계를 승계하리라는 정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인 A씨는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정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A씨가 고용승계를 요구했는데도 김씨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A씨에게 효력이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고용승계 강제할 법적수단 없어..대안 입법 발의
이번 사건처럼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거절된 경우 소송을 통해 법적구제를 받을 수는 있지만 고용승계를 강제할 법적수단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원청업체가 다른 업체와 용역계약을 맺는 경우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정부 지침이 있지만 이마저도 권고 사항이라 의무는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해고 시 해당 근로자는 사실상 소송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고용승계법’ 제정안을 최근 발의,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LG트윈타워나 OB맥주 사례처럼 용역업체 변경과정에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계약해지를 노조와해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이다. 영업양도와 분할·합병을 비롯해 용역업체 변경을 ‘사업이전’으로 규정하고 사업이전시 고용·단협 승계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승계 대상 노동자에게 승계거부권·이의신청권을 부여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