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조은효 특파원】 1970년대 중반 '록히드 사건'으로 최고 권력자인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를 사임케 한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지난 4월 30일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으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23일 일본 언론에 뒤늦게 보도됐다. 향년 80세.
고인은 지난 1974년 월간 '문예춘추 11월호에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의 '검은 돈 줄'을 해부한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그 금맥과 인맥'을 보도, 일본 정가를 뒤흔들었다. 이 보도로 결국 다나카 총리가 퇴진했다. 다나카 총리의 인맥을 샅샅이 훑고, 회사 등기부등본 등 갖가지 자료를 모아서 분석하는 방법으로 뇌물 관련 의혹을 드러내 '탐사보도의 선구'라는 평가를 받았다.
1940년 나가사키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4년 도쿄대 문학부 프랑스 문과를 졸업했다. 문예춘추사에 입사했으나 2년 후 퇴사, 도쿄대 문학부 철학과에 다시 들어가 재학 중 문필 활동을 시작했다. 자유기고가로서, 월간지 등에 르포 기사나 평론 등을 게재했다.
그는 정치 뿐만 아니라 우주, 역사, 저널리즘 등 분야를 넘나들며 취재했으며, 저술활동도 왕성하게 했다. 대표 저서로는 '일본공산당 연구'(1978), '저널리즘을 생각하는 여행'(1978),'록히드 재판 방청기'(1981∼1985), '우주로부터의 귀환'(1983), '뇌사'(1986), '뇌사 재론'(1988), '21세기 지의 도전'(2000), '시베리아진혼가-가즈키 야스오의 세계'(2004) 등이다.
장서가 약 10만권에 이르는 독서가로도 유명했다. 불어나는 책을 감당하지 못해서 지상 3층, 지하 1층의 서재용 빌딩을 지었을 정도다.
지난해 저서 '지식의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에 "장례식에도, 묘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을 남긴 데 따라서 장례는 수목장으로 치러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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