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가운데)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주52시간제 대책 마련 촉구 경제단체 공동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벤처업계가 내달 1일부터 5~49인 사업장에 적용되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1년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 얼마 전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을 우려하며 적용 유예를 건의한 데 이어 벤처업계로까지 불똥이 튄 것이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주52시간제는 빠르게 성장하는 소규모 혁신벤처기업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한국에는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내로라하는 혁신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초기 스타트업 단계부터 작은 사무실에 소수 정예가 모여 밤을 꼴딱 새워가며 연구개발에 힘썼다. 이런 노력과 수고가 모여 오늘날 벤처 신화를 만들었다. 만약 주52시간제를 철저히 따랐다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짧은 시간 연구개발에 집중해 성과를 내는 게 혁신 벤처의 성공방정식이다. 시간을 딱 정해놓고 물건을 만드는 기존 제조업과는 근무형태가 딴판일 수밖에 없다. 업계 특성상 다른 업체보다 먼저 기술개발에 성공해야 살아남는다. 한마디로 일분일초가 급하다. 하지만 주52시간제가 도입되면 단기간에 집중해 성과를 내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벤처기업 90% 이상이 50인 미만의 소기업이다. 당장 근로시간이 줄면 추가 인력을 뽑아야 하지만 인건비 부담이 걱정이다. 벤처 관련 전문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다행히 문재인정부 들어 제2 벤처붐이 불고 있다. 그 덕에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20위권 내 벤처기업이 13개로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스타트업과 벤처산업이 선도형 경제의 새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래놓고 정부는 주52시간제를 밀어붙였다.
문 대통령의 말과는 완전 엇박자다. 지금 기업은 주52시간제 말고도 최저임금, 중대재해처벌법, 대체공휴일 확대 등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주52시간제 강행은 간신히 불붙기 시작한 제2 벤처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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