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법원이 종교가 아닌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한 남성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이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현역 입대 거부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10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일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정의와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 신앙 및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퀴어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치관에 따라 군대 체제를 용인할 수 없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1심은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 내지 정치적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은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대한성공회)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됐고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신앙과 신념이 피고인의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어 피고인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병역법상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자신의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사안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수긍한 첫 사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비폭력주의' 신념을 바탕으로 수년간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 대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다. 다만 이 판결은 현역 입대가 아닌 예비군 훈련과 병역동원소집을 거부한 첫 사례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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