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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 칼럼] 청년표를 얻는 4가지 방법

알맹이 없는 극장정치 한계
율동한다고 표 저절로 안와
대선서 콘텐츠로 승부하길

[곽인찬 칼럼] 청년표를 얻는 4가지 방법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는 쇼맨십이 뛰어나다. 강자 원소와 싸울 때의 일이다. 원소의 책사 허유가 주군에 실망한 나머지 조조의 막사로 찾아온다. 소식을 들은 조조는 맨발로 뛰어나가 허유를 맞는다. 허유는 새 주군 조조에게 원소군의 약점을 일러바친다. 맨발 쇼맨십으로 인재를 중용한다는 인상도 심고 원소군도 무찌르니 일석이조다.

일본 준이치로 고이즈미 총리(재임 2001~2006년)도 쇼맨십에 소질을 보였다. 은빛 사자 갈기머리를 휘날리는 고이즈미에겐 늘 극장정치의 대가라는 수사가 붙었다. 2005년 우정국 민영화 법안이 부결되자 고이즈미는 즉각 조기총선에 돌입했다. 당내 민영화 반대파를 쫓아내고 그 자리에 '고이즈미 키즈'를 심었다. 선거 전략은 단순했다. 우정국 민영화에 찬성이냐 반대냐. 이 해 총선에서 자민당은 역대급 승리를 거뒀다.

정치인은 연예인처럼 인기를 먹고 산다. 팬덤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따르는 무리는 BTS 팬클럽 아미 저리가라할 만큼 충성도가 높다. 이러니 내년 봄 대선에서 용꿈을 꾸는 이들이 쇼맨십에 골몰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요즘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율동을 올리는 게 대세인 듯하다.

하지만 쇼맨십, 극장정치도 콘텐츠 곧 알맹이가 있어야 오래 간다. 몸만 흔들어선 생명력이 짧다. 조조는 세상이 알아주는 전략가로 일세를 풍미했다. 고이즈미는 '잃어버린 20년' 터널에 갇힌 일본인들에게 희망을 심었다.

36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가 청와대에도 닿았다. 아예 25세 청년을 청년비서관에 임명했다. 논란이 있지만 청년층에 귀를 기울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대선 주자들도 입만 열면 청년을 말한다. 그러나 아직은 립서비스다. 내용이 없다. 어떻게 하면 청년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4가지를 제안한다.

①노동개혁=청년이 제일 바라는 건 근사한 일자리다. 지금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공기업 정규직 노조가 틀어쥐고 있다. 이 철옹성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임금개혁이 필수다. 현 연공급제(호봉제) 아래선 나이가 벼슬이다. 연차가 올라가면 저절로 연봉이 높아진다. 기득권 노조가 싹 털어가면 청년은 빈털터리다. 연공급제를 직무급제로 바꿔야 청년 몫이 커진다.

②비정규직 제로 정책 중단=공기업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전형적인 땜질 처방이다. 좁은 문을 비집고 성으로 들어간 소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성 밖에는 더 많은 비정규직이 생긴다. 성문을 활짝 여는 게 바른 처방이다. 극소수에게만 정규직 횡재의 기회를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③정년연장은 'No'=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65세 정년연장을 들고 나왔다. 베이비붐 세대의 욕심이다.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요셉 연구위원은 2016년 시작된 60세 정년 의무화를 분석한 결과 "정년연장 혜택을 받게 될 근로자가 1명 많을 경우 청년층 고용은 0.2명 감소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④국민연금 손질=얼마전 국민연금 관련 토론회에서 "어느 시점에 미래세대의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내가 청년이라도 머리띠를 질끈 동여맬 것 같다. 머잖아 세금으로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시대가 닥친다. 일자리도 시원찮은 청년한테 못할 짓이다.


①~④ 모두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청년표를 얻으려면 꼭 해야 할 일이다. 누가 알맹이 없이 극장정치에만 매달리는지 청년은 단박에 안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