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서울 인사동 유적에서 출토된 천문시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등 유물들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인사동 일대에서 출토된 조선 유물들은 그동안 기록으로만 전해져왔던 15세기 세종시대의 과학기술의 실체를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번 발굴 과정에서 도기 항아리 내부에는 한글 금속활자 외에도 물시계 주전(籌箭, 시보장치 부품) 파편이 담겨 있었고, 외부에는 동종과 천문시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소형화기인 총통 파편 등이 쌓여 있었다.
이번에 출토된 일성정시의는 조각난 상태로 발굴됐다. 일성정시의는 중국 원나라의 거대한 천문관측의기인 간의(簡儀) 구조를 혁신해 창제한 천문시계다. 세종 19년인 1437년에 4개가 제작됐다. 밤에는 시간을 잴 수 없는 해시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낮에는 해시계로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하는 주야 겸용 시계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실록에 기록된 일성정시의의 형태가 인사동 유적 출토품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자동 물시계의 주전은 동판과 구슬방출기구로 구성돼 있다. 원통형 구슬방출장치에 구슬이 담겨 걸쇠로 막혀있다가 물이 차오름에 따라 주전이 위로 올라오면서 걸쇠를 밀면 잠금이 풀려 구슬이 나가는 구조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종 31년인 1536년 창덕궁에 설치된 새 보루각을 완성하면서 개선한 주전 또는 세종 때 흠경각 옥루의 주전일 가능성이 크다.
이용삼 전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물시계 주전은 1438년에 만든 흠경각 옥루나 1536년 제작한 자격루의 부속품일 가능성이 있는데, 기록만 있던 자료의 실물이 처음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세종시대 과학 유산이 이야기로만 전할 뿐 유물은 거의 없었다. 이번 유물 발굴을 통해 세종시대 과학기술을 복원할 실마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엄청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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