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연명부와 전산 기록 불일치로 8단 취소
A씨 "조작 전제로 한 결정은 취소사유 아냐"
재판부 "조작했다는 근거 없어... 착오 가능성"
국기원.
[파이낸셜뉴스] 전산상에 기록이 없어 부정하게 승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태권도 8단 승단을 취소당한 유단자가 국기원을 상대로 소송을 내 이겼다. 법원은 해당 승단자의 승단 심사를 부정하게 수행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임기환 부장판사)는 태권도 도장을 운영 중인 A씨가 국기원을 상대로 낸 지위 확인 소송에서 “태권도 8단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968년 강원도에서 태권도 1단으로 승단했다. 이듬해 2단 승단을 시작으로 1993년에는 7단으로 승단하는 특별심사에도 합격했다. 최종적으로 지난 2002년 3월 국기원의 고단자 승단심사를 통해 8단으로 승단했다.
하지만 A씨는 2005년 국기원으로부터 8단 등록 취소 결정을 통보받았다. 국기원이 이보다 1년 전 심사담당부장이 부정 청탁을 받고 전산조작으로 무자격자를 승단시켰다는 사실을 인지해 조사에 나섰는데, 그 결과 A씨가 제 3자의 1단과 4~7단을 도용해 8단을 취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심사연명부 대장에 A씨의 이름이 없다는 점이 근거였다.
승단 심사 업무는 1980년 국기원으로 일원화됐다. 이후 국기원은 태권도협회로부터 심사연명부 대장을 넘겨받았다. 이 명부와 전산 자료를 비교해 본 결과 A씨의 승단 자료는 전산에는 있지만 대장에는 기록돼 있지 않았다. 또 A씨와 단증번호가 같은 사람의 기록은 명부엔 있지만 국기원의 전산에는 없었던 것이다. 국기원은 이를 통해 취소 결정을 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국기원에 8단 단증 발급을 재차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같은 해 4월 국기원이 과거 취소결정이 적법한 조치이므로 단증 발급이 불가능하다고 통지하자 이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국기원은 “심사담당부장이 A씨의 자료를 조작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승단기록에 A씨가 없는 점과 A씨의 단증 기록 등을 근거로 ‘승단조작사건’에 연루됐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결정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조작을 전제로 한 결정은 취소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기원이 낸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전산을 조작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난 1981년 태권도협회가 개최한 신인선수권 대회에 A씨가 출전해 3위로 입상한 점, 심사담당부장이 A씨의 전산 자료를 조작한 근거가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과거 승단정보들이 모두 수기로 작성되는 등 심사연명부 대장 작성과 전산화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국기원은 A씨를 3번에 걸쳐 지도위원에 위촉했는데, 단증을 취소했음에도 지도위원에 위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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