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대전지검은 지난달 30일 백운규(사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사진=뉴스1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및 조기 폐쇄 사건과 관련, 대전지검이 지난달 30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에게는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정 사장에게는 업무방해와 한수원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만시지탄이지만 법원의 엄정한 판단을 기대한다.
이들에 대한 기소는 2020년 10월 감사원 수사 의뢰 후 8개월여 만이다. 정권 차원에서 음양으로 개입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늑장 기소다. 이번에도 대전지검이 백 전 장관 등에게도 배임 혐의를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를 보류시켰다. 수사심의위를 거쳐야 한다면서다. 부장검사 회의가 만장일치로 낸 결론을 민간위원을 통해 뒤집으려는 꼼수다. 문재인정부가 행여 탈원전정책의 정당성에 생채기가 날까봐 안간힘을 쓰는 인상만 주는 이유다.
그러나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배임죄 기소를 저지하는 데 성공한다손 치더라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천문학적 손실 자체를 덮을 순 없다. 이번에 수사팀이 1호기 가동중단으로 인한 한수원의 손해액을 1481억원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약 40% 지분을 민간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한전의 자회사라 앞으로 관련 민사소송이 줄을 잇게 될 게 뻔하다. 혹시 경제성 평가조작 관련 핵심 인물들이 임기 말 정부의 보호막 아래 숨을 수 있을지 모르나, 역사의 심판까지 피할 순 없다는 뜻이다.
이번 기소는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난맥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발전원별 효율성은 원전이 가장 높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안전성을 문제 삼아 1호기를 폐쇄하려다 여의치 않아서일까. 생뚱맞게 경제성을 꼬투리 잡아 평가조작이란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을 듯싶다. 그 결과가 '모자라는 전기를 중국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는 계획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더욱 황당하다. 그렇다면 현 정부가 이제라도 과속 탈원전정책을 자제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