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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법 위반 음란물 소지? 모르고 다운로드 받았다면 무죄…" 주목할 판결

"아청법 위반 음란물 소지? 모르고 다운로드 받았다면 무죄…" 주목할 판결
△ 왼쪽부터 법무법인(유한) 정률 형사특별팀의 김기욱·박현철 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유한)정률

지난해 3월 23일, 전국민을 공분케 한 텔레그램 아청법 위반 성착취물의 실상이 공개되자, 즉각 전 국민의 공분을 사 대한민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이를 계기로 아동·청소년 대상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러한 상황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 관련 여러 청원이 올라왔고, 결국 수사기관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불법 촬영 파일을 다운로드만 받았어도 처벌을 하겠다며 수사범위를 광범위하게 확대하였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국내 한 웹하드 사이트에서 별도의 음란물 클럽을 만들어 그곳에서 지난해 2월 23일 소위 ‘박사방’ 파일이 업로드 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곧바로 내사에 착수하여 위 파일을 다운로드한 회원 128명을 특정하여 수사로 전환하였다.

당시 검찰은 국민 여론을 반영하여 128명을 대부분 기소하는 방침을 발표했고, 실제 회원들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압수수색을 시작한 시점이 2020년도 7월경이었다. 따라서 2월 23일에 아청법 위반 음란물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7월까지 약 5개월간 삭제하지 않고 해당 파일을 보관하고 있었던 사람들과 위 일자에 다운로드 받아 3월 23일 무렵 언론에 ‘n번방’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그제서야 삭제한 사람은 당연히 혐의가 있다. 그러나 검찰은 디지털 성범죄 콘텐츠를 다운로드만 받고 그 즉시 삭제한 사람들 역시 일괄기소 하여 문제가 생긴 것이다.

후자의 케이스로 기소되어 재판까지 받고, 최근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 피고인은 2020년 2월 23일 위 웹하드 사이트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그루밍 성범죄 촬영물을 다운로드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운영자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면서 이른바 ‘박사방’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 이전에는 도대체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피고인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위 사람은 경찰조사에서 "문제의 파일을 다운로드 받았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만약 다운로드 받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취향이 아니어서 그 즉시 삭제하였을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실제로 경찰의 디지털 포렌식 결과 위 사람이 PC에서 해당 디지털 성범죄 파일의 압축을 풀었다는 사실 및 해당 폴더는 미리보기가 가능한 폴더였다는 사실 그리고 위 파일을 열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모두 드러나 위 사람의 주장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검찰은 그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소지)로 기소하였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유한) 정률의 김기욱, 박현철 변호사는 “검찰은, 피고인이 음란물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당시에 ‘박사방’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증거로 2019년 1월 1일부터 2020년 2월 23일까지 약 419일 동안 네이버나 다음에서 동 검색어로 검색되는 약 40여건의 기사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당시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2020년 3월 23일 단 하루에만 약 1,070개의 기사가 검색된다. 즉 419일간 40여건의 기사가 검색된다는 것은 일반인은 아예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물을 다룬 자료를 접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검찰은 막연한 의심만 가지고 아무런 증거 없이 피고인을 기소한 것이다”고 주장하였다.

수원지방법원도 지난 달 10일 변호인들의 위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피고인이 이 사건 파일을 다운로드 받은 2020. 2. 23.경까지는 관련 사건을 다룬 방송이나 기사는 소수에 불과하였으며, 피고인이 이 사건 파일을 다운로드 받기 전 위와 같은 방송이나 기사를 시청하거나 구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하고 있었다는 객관적인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한편, 판사출신이자 법무법인(유한) 정률 형사특별팀의 수장인 김기욱 변호사는 “재판부로서도 ‘엄격한 증명’이라는 형사소송법상의 대원칙을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애초 위 사건은 기소 자체가 부당한 것으로서 법원의 판결은 어찌보면 비정상을 정상으로 환원시켜 놓은 것에 불과하다. 단지 아청법 위반 소지가 있는 음란물을 다운로드만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피의자의 진술을 외면하고 성범죄자로 간주하는 수사기관의 실무관행은 개선되어야 한다.”며 무죄판결의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