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이자 하나뿐인 기상청 해양기상관측선 '기상1호' 류동균 선장. 류 선장은 지난 2011년 5월 첫 출항 때부터 기상1호를 운항하며 한반도 해상 최일선에서 기상관측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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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이자 하나뿐인 기상청 해양기상관측선 '기상1호' 류동균 선장은 열흘 간의 서해 항해를 끝내고 지난 2일 복귀했다. 서해 백령도 아래쪽 바다에서 최근 남부지방에 집중호우를 몰고온 장마전선 상황을 집중 관측했다.
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류 선장은 "오는 13일 목포에서 다시 출항한다. 이번엔 백령도 해상부터 멀리 떨어진 남쪽 이어도까지 수온, 염분 등을 관측하는 것이 주임무"라고 했다. 최근 중국의 집중호우로 양쯔강에서 흘러나온 저염수(민물)가 서해를 지나 제주 연안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관측하는 업무다. 제주 연안 양식업자들에겐 중요한 정보다.
류 선장은 한반도 기상관측의 최일선, 동·서·남해에서 기상1호를 운항한다. 지난 3일 시작된 늦장마에 류 선장은 더 바빠졌다. 승무원 전원 비상대기 중이다. 기상청은 기상1호는 물론, 기상항공기 나라호와 기상관측차량 등을 총동원한 입체 관측으로 여름 위험기상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기상 1호도 지난달 말부터 집중관측 중이다. 특히 서울·수도권의 집중호우 등 위험기상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9월 말까지 서해 중부 먼바다에서 40일간 상공 20km 고층기상 및 수심 3000m 수온·염분 등 바닷속 상황을 최첨단 장비로 관측한다.
류 선장은 "해상에서 정확히 실측하는 것은 기상 1호만이 할 수 있다. 기상1호가 먼 바다에서 가장 먼저 관측해 올 여름 집중호우에 선제적인 예보가 가능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자신했다.
기상1호는 연중 180여일을 운항한다. 동해·서해는 물론 제주 남쪽 먼 바다, 태풍 가장자리까지 다가가 표류부이를 띄워 실시간 기상정보를 수집한다. 기상1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위험할 때도 있다. 기상1호는 498t급으로 관측선 중에는 작은 편이다. 특히 속도(최대 시속 33㎞)를 내기 위해 길이가 긴 형태여서 3m 정도의 파도에도 크게 흔들린다. 류 선장은 "제주 남쪽 먼바다에서 피항 직전, 태풍이 다가온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기상1호가 수집 관측한 정보는 기상청 종합기상정보센터에 자동으로 보내진다. 이를 포함해 기상청은 나라호와 기상위성, 지상레이더, 지상관측소 등에서 수집된 기상 데이터를 종합, 수치화해 국민들께 전달한다.
기상1호가 현장에서 관측한 정보는 중요하다. 한반도를 통과하는 태풍의 강도·진로를 정확히 예측하고, 중국에서 넘어오는 황사를 최초로 관측, 신속하게 경보를 발령토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기상1호는 지난 4월 1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황사를 서해 백령도 아래쪽 바다(한·중 잠정조치수역부근)에서 처음 관측했다. 그때가 새벽 1시였다. 이를 즉각 기상청에 보고, 그날 새벽 4시에 전국에 황사경보가 발령됐다.
기상1호는 2011년 5월 첫 출항했다. 총 19명이 승선해 보통 2주 정도 바다에 있다. 류 선장은 "운항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운항할 수 있었던 것은 직원 모두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고마워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때도 류 선장은 잊지 못한다. 당시 기상1호는 77일간 사고현장에서 실시간 기상정보를 제공, 국가적 재난에 큰 힘이 됐다. 류 선장은 "기상1호의 존재 이유를 확실히 느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뿌듯함을 가슴깊이 기억하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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