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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사사오입 종부세

[fn스트리트] 사사오입 종부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공시가격 기준 상위 2% 주택에 종부세를 매길 때 반올림을 적용해 억 단위로 끊기로 한 법안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사오입(四捨五入). 0부터 4까지는 버리고 5부터 9까지는 올리는 방식의 어림셈법이다. 중국서 유래한 용어다. 그러나 반올림이란 우리말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은 아니다. 오사오입이나 오사육입을 반올림 셈법으로 쓰는 경우도 있어서다.

사사오입이라는 말이 한국 정치사에 큰 얼룩을 남겼다. 1954년 자유당 정권이 초대 대통령의 중임제한을 없애는 내용의 개헌안을 밀어붙이면서다. 당시 본회의 투표에서 재적의원 203명 중 3분의 2(135.333…)에 미달하는 135표가 나와 이승만 대통령의 종신집권을 겨냥한 개헌안은 부결됐다. 그러나 자유당은 다음 날 의원총회에서 "수학적으로 203명의 3분의 2는 135명"이라며 통과를 강변했다. 이때 "0.333…은 0.5 이하라 사사오입 원칙에 따라 버릴 수 있는 수"라는 희한한 논리가 동원됐다.

여권이 내놓은 종부세법 개정안이 구설에 올랐다. 7일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정부가 공시가격 기준 상위 2% 주택에 종부세를 매길 때 '억단위 미만은 반올림하여 계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상위 2% 주택은 공시가격 11억1000만~11억20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올림하면 11억원이다.

이 경우 애초 종부세 대상이 아닌 11억원 이상∼11억2000만원 이하 계층은 억울하게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상위 2% 공시가가 11억5000만원이 되면 과세기준액이 12억원이 돼 11억5000만원 이상∼12억원 미만은 운 좋게 세금을 안 내도 된다. 이러니 "세상에 세금을 사사오입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다.


가뜩이나 정부가 매기는 공시가격의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사사오입 종부세'가 현 정부의 규제 만능주의 주택정책의 산물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다수 조세 전문가들이 자의적 반올림 조항이 앞으로 행정소송 등 법적 분쟁이나 조세저항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배경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