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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미미한 은행권 女 리더...ESG 차원 육성의 명과 암

여성리더 육성 표방했지만
몇년간 '유리천장' 그대로 
최근 ESG 바람 타고 육성 움직임 봇물 
"기계적, 의무적...지속가능하지 않을 수도"  

극히 미미한 은행권 女 리더...ESG 차원 육성의 명과 암
[파이낸셜뉴스] 은행권에서 '유리천장'이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이 표면적으로 여성 리더 육성을 표방해왔던 것과는 다른 실상이다. 그나마 은행권이 최근 들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이유로 여성 리더 육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지속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임원은 총 11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 임원은 6명에 불과했다. KB국민은행은 29명 중 1명, 신한은행은 33명 중 3명, 하나은행은 23명 중 2명, 우리은행은 29명 중 0명이었다. 이 은행들은 5년 전에도 여성 임원이 2~3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외국계은행의 경우는 비교적 많았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임원은 총 45명인데, 이 중 여성 임원은 12명에 달했다. 비율로 따지면 약 27%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틈만 나면 여성 리더 육성 등을 표방하며 고질적인 유리천장 타파를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은행 내에 여성 리더들의 규모가 극히 미미해 이 같은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세인 ESG 경영 기조와 맞물려 양성평등 및 여성 리더 육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ESG 경영에서 'G'(지배구조)와 'S'(사회)를 감안한 조치이며, 여성임원의 비율이 높을수록 ESG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B금융은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인 '위 스타(WE STER) 멘토링'을 운영 중이다. 또한 KB증권의 '밸류업 과정' 등 계열사 경로를 통해서도 여성인재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KB금융은 2023년까지 KB국민은행 임원의 20%, 팀장의 30%, 직원의 40%까지 여성인재로 확보한다는 목표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8년 금융권 최초로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SHeroes)'를 운영해 현재 4기 체제에 돌입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조직운영·사업추진·커뮤니케이션 등과 관련해 다양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은행도 최근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와 '우리 WING'을 각각 출범시켰다.

다만, 이 같은 ESG 경영 기조와 맞물린 여성 리더 육성 분위기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최근의 ESG 경영 기조도 이전에 수없이 명멸했던 기조들처럼 계속 이어지지 않고 자칫 단발성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그동안 실질적으로 여성 리더를 거의 배출하지 않았던 은행권이 갑자기 부상한 ESG 바람에 편승해 기계적이고 의무적으로 여성 리더 육성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측면도 없지 않고, 추후 이 바람이 잦아들면 다시 과거로 회귀할 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