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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타령만하는 '공민지'는 오해, 밤샘해도 보람느끼며 일합니다 [젊은 그들, MZ세대를 만나다]

<4>임윤진 인사혁신처 주무관
공무원 채용시험 집행담당
방역까지 신경써야 할 일 추가
업무 늘었지만 경험치 상승중
MZ세대 뒤에 따라붙는 말들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
기존 세대와 다르다 등등
고정관념 갖고 보지 않았으면…
종료벨 울린 후 답안지 마킹
이런 경우도 부정행위
'공민지'는 '공무원+MZ세대' 합성어

워라밸 타령만하는 '공민지'는 오해, 밤샘해도 보람느끼며 일합니다 [젊은 그들, MZ세대를 만나다]

공직사회에 진입한 MZ세대(1980년대 초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들이 공무원 조직문화에 소소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공서열, 상하관계, 복종의 의무 등 관료주의적 표현들은 이젠 옛말이 된 모양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주목하게 된 2030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치분야를 넘어 사회 곳곳에 울려퍼지면서다.

임윤진 주무관(28)은 인사혁신처에서 7, 9급 공무원 지망생의 공채시험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9급 공무원이다. 수험생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수험장 섭외부터 시험용품 준비, 답안지 회수까지 모든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워라밸 타령만하는 '공민지'는 오해, 밤샘해도 보람느끼며 일합니다 [젊은 그들, MZ세대를 만나다]
임윤진 인사혁신처 주무관은 7, 9급 공무원 시험을 집행·관리하는 9급 공무원이다. 임 주무관은 "MZ세대가 '워라밸'을 꿈꾸며 공무원이 되려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워라밸만 생각하고 공무원이 된다면 많이 당황할 수 있다"며 "워라밸보다는 일을 하며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을 찾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조직 중 비교적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약 2년의 고시생활을 거친 임 주무관도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인사혁신처에 지원, 지난 2019년 8월 일반행정직류로 입직하게 됐다. 그가 속한 '인사혁신처 공개채용1과'는 2030 청년 공무원 비중이 특히나 높다. "시험 집행업무에 많은 체력이 들 뿐만 아니라 힘쓰는 일도 잦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임 주무관은 최근 정치권에 불어온 '세대교체 바람'에 대해 "신기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청년들이 외치는 목소리가 '소리없는 아우성'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들리는 목소리'가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런 바람은 앞으로도 공직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세대교체 돌풍'이 불었다면 공직사회에는 살랑이는 '미풍'이 일고 있는 분위기다. 인사혁신처는 공직사회의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대목은 '리버스 멘토링(역으로 지도하기)' 제도 시행이다. 중앙부처 최초로 시행 중인 리버스 멘토링은 상급자와 하급자가 역할을 바꿔보는 프로그램으로, 예컨대 1990년대생 직원이 1960년대생 직원의 멘토가 되어 직장생활의 애로사항을 나누고 취미생활, 신조어 등을 알려준다.

조직 서열이 가장 높은 인사혁신처장도 '멘티'를 피해갈 수 없다. 김우호 인사혁신처장은 지난 5일 중앙부처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리버스 멘토링에 참여해 1980~1990년대생 공무원 3명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처장의 '멘토'가 된 청년 공무원들은 "내 업무를 끝내고도 눈치를 보느라 퇴근하지 못하는 문화가 없어지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달 초 서울 강남대로 파이낸셜뉴스 회의실에서 만난 임 주무관에게는 사회 초년생의 풋풋함과 성실함, 겸손함이 모두 묻어났다. 조직문화와 관련한 민감한 질문에는 신중한 태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야망보다는 소소하고 행복한 삶'을 꿈꾼다는 그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섬김의 리더십)을 추구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채용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공무원시험 응시생의 최대 편의를 위한 미래형 채용제도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공무원이 된 지 2년이 됐다. 공직사회를 겪고 느낀 점은.

▲인사혁신처는 처장님이 직원들 고충을 직접 듣는 '처장이 간다'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문화 개선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점이 눈에 보인다. 유연성을 강조하는 근무환경이어서 만족스럽게 생활하고 있다.

―또래 동료들은 어떤 고민을 하나.

▲신입이다 보니 조직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기관마다, 부서마다 차이가 있지만 상급자를 대하는 것에 가장 고충이 많은 것 같다.

―함께 일해본 상급자들은 어땠나.

▲MZ세대의 특징을 담은 책을 읽으시는 등 이해를 넓히려는 분이 많다. 우리 세대에게 존댓말을 사용하거나 배려해주시는 모습도 눈에 많이 보인다.

―요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핫한' 이슈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주로 이야기한다. 취업하면 모두 해결될 것 같았던 주택 문제가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다.

―정치 이야기도 하나.

▲공무원인 만큼 친구들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은 조심하고 있다. 친구들이 정치권에 '판이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30대의 젊은 당대표가 나온 현상은 신기하고 새롭다고 느낀다.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도 세대교체가 영향을 미칠까.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우리 세대의 목소리가 이제는 '소리없는 아우성'이 아니다. 위에서도 우리 이야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반영해주려고 하는 편이다.

―의견 관철을 위해 특별히 노력했던 기억이 있나.

▲목소리를 많이 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 또한 고정관념일 수 있다. MZ세대의 특징을 설명한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모두가 틀을 깨고 혁신을 추구하거나 창의적인 건 아닌데, 그런 인식이 오히려 부담이 될 때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업무에 변화가 있다면.

▲시험장을 섭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보통 중·고등학교 위주로 시험장을 구하는데, 학교가 학생과 교직원 안전 문제로 대관을 꺼리기도 해서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방역수칙에 맞추기 위해 시험장 수를 늘려야 하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부터는 기존보다 20~30% 더 많은 장소를 섭외 중이다. 시험장 섭외가 늦어지면 준비기간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야근도 많이 하게 된다.

―업무량이 늘어난 건가.

▲2배 정도 일이 많아졌다고 보면 맞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단순 시험용품만 챙겼다면 이제 소독제, 체온계 등 방역용품도 신경써야 해서 예산도 많이 든다. 시험장이 늘어난 만큼 학교에 투입되는 감독관 등 시험 종사자도 늘기 때문에 공무원을 섭외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팀 분위기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다. 시험을 치르고 답안지를 무사히 회수하는 것이 집행팀의 최종 목적인데, 이젠 방역까지 꼼꼼히 신경써야 한다. 일이 힘들어진 만큼 팀 내부적으론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공무원 공채 응시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일하며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부정행위를 하는 수험생이 나왔을 때다. 쪽지를 보고 커닝하는 것만 부정행위가 아니다. 시험 종료 타종이 울렸을 때 답안을 계속 마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부정행위로 처리돼 아무리 문제를 잘 풀어도 무효가 된다. 전화를 걸어 '부정행위 대상자가 됐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데 우는 수험생도 있고, 화를 내는 수험생도 있다. 소식을 전하는 일이 참 어렵고 안타깝다. 부디 부정행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공무원을 꿈꾸는 친구,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MZ세대가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생각하면서 공무원이 되려는 경우가 많지만, 워라밸만 �i아서 들어온다면 많이 당황할 수 있다. 공무원에겐 생각보다 워라밸이 없다. 야근을 하거나 밤을 새워 일할 때도 꽤 많다. 워라밸보다는 일을 하며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을 찾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면 좋겠다.

―공직사회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채용분야에 특화된 전문가가 되고 싶다.
현실에 맞는 시스템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언택트' 채용시스템에도 아이디어를 내서 미래형 채용제도 마련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

―20년 후엔 어떤 리더가 되고 싶나.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섬김의 리더십)'을 추구한다. 응시자와 후배들에게 그림자처럼 존재하며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