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기업회생절차와 유사한 사법회생...과도한 부채 법원이 관리
- '반도체 굴기' 상장의 몰락 파장 고려한 듯
- 중국 반도체 산업, 올해 상반기 52조원 '자금 블랙홀'
칭화유니그룹의 홈페이지 공고문. 베이징 제1중급 인민법원이 파산 구조조정(중정·重整) 신청을 수락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쯔광)그룹에 대한 파산 구조조정(중정·重整)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로써 칭화유니는 법원 관리 아래에서 회생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칭화유니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 이후 공격적인 반도체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올해를 '반도체 자금 블랙홀'이라고 평가했다.
■사법회생에 들어간 칭화유니
18일 칭화유니가 전날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에 따르면 베이징시 제1중급 인민법원은 지난 16일 해당 채권자의 칭화유니 파산 구조조정 신청을 수락하기로 결정하고 칭화유니 청산팀을 관리자로 임명했다는 내용의 결정문을 칭화유니에게 보냈다.
칭화유니는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가면 회사의 지분 구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재 칭화유니가 전액 출자한 자회사인 티베트칭화유니투자유한공사가 칭화유니 전체 주식의 46.45%인 13억2800여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칭화유니는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것인 회사의 일상적인 생산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현재 회사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기업파산법에서 중정은 파산 구조조정을 의미하며 사법회생이나 재생이라고도 불린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파산청산을 신청하면 인민법원은 이를 승인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채무자 등록자본의 10분의 1이상을 출자한 채권자는 채무자가 파산 선고를 하기 전에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채무자가 상환 능력이 없다고 해도 그의 재산을 즉시 청산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의 주관 하에 채권자와 채무자가 합의해 일정 기간 내에, 일정한 방식으로 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한다. 대신 채무자에겐 계속 경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한국으로 치면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부채가 과도한 기업에게 법원 관리 아래에서 진행하는 구조조정 절차다.
해당 기업을 청산하는 것보다 살리는 것이 채권자와 주주 이익을 보장하고 ‘사회·경제 질서 안정’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진행된다.
칭화유니그룹
■'반도체 굴기' 상장의 몰락 파장
따라서 법원이 칭화유니에 대한 구조조정을 수용한 것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 침해 우려 외에 중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반도체 육성 정책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때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여겨진 칭화유니가 사라질 경우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천명한 반도제 자립갱생(2025년까지 자급률 70%)의 동력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칭화유니의 이사회나 감사회, 주주총회는 기능을 상실한다.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이 관계자 회의를 열고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관리인은 자본을 차입하거나 자산의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 또 증권규제 당국의 동의를 받아 주식과 채권을 추가로 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중앙·지방정부 자금이 국유기업 등을 통해 다시 흘러들어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칭화유니는 2014~2018년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 21곳 가운데 매출 대비 정부 지원금 비중이 높은 5개 기업 중 하나로 꼽혔다.
반면 쇄신을 위해 경영진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무분별한 확장의 군살을 빼기 위해 칭화유니그룹을 메모리반도체와 반도체설계, 정보서비스 등 3개로 분리할 것이라는 관측 역시 있다.
2019년 기준 칭화유니의 총 자산은 3000억위안(약 53조원)이다. 그러나 칭화유니는 지난 4월 말 만기가 도래한 부채 70억1800만위안을 상환하지 못했다. 올해 말에는 13억위안 규모의 부채 만기도 돌아온다. 다국적 채무 전문 통신사 데트와이어는 작년 6월 시점으로 칭화유니의 부채를 2029억위안(약 36조원)으로 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이미지 사진. 바이두뉴스 캡쳐
■올해 상반기 52조원, 자금 블랙홀
칭화유니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중국의 반도체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톈옌차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설립된 반도체 관련 신규 기업은 2만2000여개다. 이 중에서 90개 이상이 중국 증시 A주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갔다. 정부 지원이라는 훈풍 덕분에 반도체 지수도 대폭 상승했다. 밍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푸만전자 등 14개 주식이 올해 누적 100%이상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화통신은 반도체 분야에 대해 올해 ‘자금 블랙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정보 공개사이트 치차차는 최근 10년간 중국 반도체 관련 투·융자건수가 3374건으로, 총 금액은 8000억위안(약 14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 중 올해 상반기에만 2944억위안(약 52조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투·융자액 1098억위안의 세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중국 국가펀드 국가대기금 움직임도 이어졌다. 중웨이기업은 총 자금규모 82억위안의 국가대기금 2기에 25억위안을 투자했다는 내용의 사모투자 보고서를 발표했다. 화룬웨이도 지난달 완전 자회사 화웨이 홀딩스와 프로젝트 회사를 설립해 12인치 반도체 웨이퍼 생산라인 건설에 75억위안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대형 기업의 반도체 투자도 잇따른다.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퇀의 관련 회사인 베이징 쿠쉰 테크놀로지는 상하이 즈아이신 반도체 테크놀롤지 기업의 신규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칩 소프트·하드웨어 등을 개발한다.
또 화웨이는 7억2700만위안을 들여 집적 회로 설계, 정보보안설비 제조 등을 하는 차오쥐볜 기술회사를 설립했다. 화웨이는 산하 투자회사인 허블 테크놀로지 인베스트를 통해 2019년 하반기 이후 40개 이상의 반도체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오포(OPPO)의 완전 자회사인 둥관시 어우포 통신 테크놀로지 기업은 최근 경영 범위를 반도체 기계 부품 설계 개발 및 판매로 확대했다. 리쉰 정밀은 리신 정밀 스마트제조회사를 이달 설립했고, 중국 통신사업자 차이나모바일은 지난 5일 사물인터넷(IoT) 자회사 신성테크놀로지에 대한 독립 운영을 시작하며 반도체 업계로 뛰어들었다. 톈펑증권은 세계 반도체 수요 상승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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